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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설경구, 큰 산을 만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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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준 감독의 영화 '나의 독재자'서 첫 호흡맞춰 "현장에서도 죽이 잘맞았다"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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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올해 배우 박해일(37)이 선보인 영화는 세 편이다. 지난 6월 개봉한 '경주', 현재 상영 중인 '제보자', 오는 30일 개봉할 '나의 독재자', 이 작품들 속에서 박해일은 하릴없이 경주 거리를 거닐었다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하며, 자신이 독재자인줄 철썩같이 믿고 있는 아버지와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다음 작품을 위해 쉴 때도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그는 어떤 캐릭터든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연기한다. '경주'의 장률 감독은 "귀신같은 배우"라고,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은 "집중력과 집요함이 상당한 배우"라고 그를 평한다. 그리고 '나의 독재자'의 이해준 감독은 "박해일이 아니면 안된다"는 말로 애정을 드러낸다. 2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박해일은 감독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대해서 "단지 운이 좋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항상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다른 걸 많이 안한다. '영화 끝나고 뭐하세요?'라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한 작품을 촬영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리고, 개봉하고 홍보하고 그러면 7~8개월까지 간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지나간다. 질타도 받고 칭찬도 받으면서 관객들과 영화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유난히 쉼없이 달려갈 수 있는 시점이었고, 다행히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작품을 연달아 만났다. 하지만 매해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개봉을 앞둔 '나의 독재자'에서는 설경구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9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아들 역할이다. 영화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던 그 무렵을 배경으로 한다.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이 대역과 함께 실제같은 리허설을 했다는 한 줄의 신문 기사가 이해준 감독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설경구가 맡은 아버지 '성근'은 이 대역 오디션에 합격한 무명의 연극배우다. 하지만 회담이 무산되고도 김일성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자신을 독재자라고 믿으며 22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인생이 꼬여버린 아들 태식 역할을 박해일이 맡았다.

박해일은 영화 속에서 화제가 됐던 다단계 강의 장면에 대해 "이해준 감독이 워낙 맛깔나는 대사를 써줬고, 난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영화 속에서 화제가 됐던 다단계 강의 장면에 대해 "이해준 감독이 워낙 맛깔나는 대사를 써줬고, 난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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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박해일은 감독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아버지 역할의 배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대 아버지들이 어떠했는지, 나의 아버지는 또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멀리서 설경구 선배가 저벅저벅 걸어오더라(웃음)." 서로 인사만 나누던 선후배 사이가 순식간에 부자지간으로 바뀌게 됐다. 설경구는 이 역할을 위해 살을 찌우고, 매번 5시간에 걸친 특수 분장을 한 끝에 김일성과 놀랍도록 비슷한 외양을 선보인다. 영화 '은교' 촬영 당시, 박해일을 70대 노인으로 바꾸어놓았던 송종희 분장감독의 솜씨다. 박해일은 "분장도 예술이지만, 배우가 분장을 뚫고 나올 정도의 연기를 하니까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말했다.

"설경구 선배를 '동물적인 배우'라고 하지 않나. 카메라가 돌아가면 각자 맡은 부분을 열심히 하는데, 내가 받는 부분이 많았다. 서로 핑퐁하듯이 받아서 쳐내야하는 장면들도 있었는데 에너지가 대단했다. 스크린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런 에너지는 어떻게 발산하지? 가지고 태어나는 건가? 또 하나 넘어야할 산이 생긴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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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그는 "영화 촬영 도중 아버지가 건강검진으로 암 판정을 받아서 이게 영화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됐던 시점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는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넘어 끝내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다룬다. "그 이해하는 감정 한 번 느껴보려고 영화를 찍었다"는 박해일은 "나 역시 현실에서는 아버지와 대면대면한 관계이고, 아들에게는 친구같기도 하고, 화도 내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엉터리 같은 아빠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서도 솔직한 게 중요한 것 같다. 솔직한 건 어디서든 통하니까. 배우로서 설경구 선배와 나도 그렇고,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도 그렇고, 모두 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마음인 거다. 서로 자기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싶어하지 않나. 무대 위에서 아버지가 아들 앞에서 끝내 해내고 마는 것, 그걸 보여주는 영화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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