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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남성어·여성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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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맛있지 않니. 깔끔하고 담백해. 살도 안 찌고, 그치?"

그치?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십중팔구 남자다. 여자라면 저 말을 듣는 즉시 '맛있고 깔끔하고 담백하며 살도 안찌는' 바로 그 메뉴를 주문한다. '그치?'가 동의를 구하는 동시에 '같이 먹자'는 뜻임을 여자끼리는 잘 아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라고' 하는 표정으로 멍 때리는 남자가 얼마나 둔해보이겠는가. 여성어(女性語)를 모르는 남자는 이 순간 한없이 머쓱해진다.
또 다른 장면. 음식 맛이 어떻냐는 질문에 남자가 이렇게 답한다. "먹을 만하네."

먹을 '만'? 기껏 만들어줬더니(또는 고민해서 주문해줬더니) 반응이 이 따위냐고, 여자는 섭섭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남자의 저 말은 '맛있네'의 격한 감탄사다. 남자끼리는 '먹을 만하네' 한마디로 그날 식사가 성찬이 된다. 다만 그 뜻을 모르는 여자가 발끈하는 모습이 남자는 오히려 뜨악스럽다. 남성어(男性語)를 모르는 여자는 이 순간 한없이 상처받는다.

세상의 수많은 언어 중에서 남성어와 여성어만큼이나 알듯 모를 듯 알쏭달쏭한 것이 또 있을까. 같은 말이라도 남자는 직선이고 여자는 곡선이다. 남성어는 단순하고 공격적이고 심드렁하지만 여성어는 복잡하고 감성적이며 섬세하다. 예컨대, 음식을 시킬 때 여자가 남자에게 '아무거나'라고 하는 것은 '어디 멋진 메뉴로 나를 한번 감동시켜봐'라는 뜻이다. 그러니 정말 아무거나 시켰다가는 진짜 바보된다. 반대로 남자가 '아무거나' 하는 것은 자장면이든 짬뽕이든 배만 채우면 된다는 의미다. 또한 여자의 '춥다'는 '니 옷을 벗어줘'이고 남자의 '춥다'는 '이제 그만 집에 가자'다.
여성이면서 남성어를 쓰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 우리 집 마눌님은 처녀 시절 그 곱던 입이 '차카게 살자' 문신만큼이나 살벌해졌다. 반면 여성어에 익숙한 남자 후배는 언제나 곡선으로 말하는 바람에 성질 급한 선배들이 자주 숨 넘어간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지구에서 만났으니 소통이 문제다. 1억1000만㎞에 달하는 화성~금성 거리만큼 남성어와 여성어는 다른 곳을 응시한다. 그러니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가정의 평화와 조직의 안녕과 사회 번영의 첫 걸음이다. 영어, 중국어, 산스크리트어, 파푸아뉴기니어가 대수가 아니다. 마땅히 여성어와 남성어를 '열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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