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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고장에서 만나는 가을빛 풍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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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화림동계곡 '영남 정자의 진수'를 찾아, 고택마다 정자마다 익어가는 가을

함양의 가을은 이제 시작이다. 화림동계곡 정자(군자정) 주변으로 울긋불긋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천년숲 상림과 운곡리 은행나무는 내달초면 절정의 풍광을 자랑할것이다.

함양의 가을은 이제 시작이다. 화림동계곡 정자(군자정) 주변으로 울긋불긋 오색단풍이 물들기 시작했고 천년숲 상림과 운곡리 은행나무는 내달초면 절정의 풍광을 자랑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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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리며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함양 땅에 가을이 살포시 내려 앉았습니다. 유서 깊은 고택과 천년을 훌쩍 넘긴 숲에도 가을이 한가득입니다. 화림동 계곡을 따라 풍류 넘치는 정자들은 단풍 숲에 잠겨 있고 담과 소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물가 너럭바위는 정자와 어우러져 그윽한 경관을 만들어 냅니다. 천년세월 운곡리 은행나무는 아직 성성하게 푸른빛을 띠지만 얼마후면 눈이 부시도록 샛노란 잎을 달고 서 있겠지요. '천년 숲 상림'의 늦가을 정취 또한 최고의 선물입니다. 숲에 들면 하염없이 걷고 싶어지는 단풍 낙엽길에 가슴이 방망질을 합니다. 또 있습니다. 구비 구비 지안재를 넘어 당도한 일두고택 대청마루엔 가을빛이 내려앉아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게 합니다. 이 가을이 가기전 함양으로 여행길을 잡는다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들을 빼놓지 말고 죄다 만나고 오시길 바랍니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개평마을 담장을 따라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정겹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개평마을 담장을 따라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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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선조의 풍류와 멋이 살아있는 단풍숲 정자에 들다
우리 조상들은 산이 수려하고 묽이 많은 곳에 정자를 세워 자연과의 동화를 꿈꿨다. 정자는 시를 짓고 열띤 토론을 하는 학습의 공간이며 만남의 장소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흥이 넘치면 노래와 춤도 추는 여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길인 금천이 휘감아 도는 서상면 일대의 화림동 계곡. 이곳에는 풍류 넘치는 정자들이 물가 곳곳에 서 있다. 소쇄원을 비롯한 전남 담양의 정자가 남도 정자의 풍류를 보여준다면 이곳 함양의 화림동은 '영남 정자의 진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화림동 계곡에서 첫손으로 꼽히던 정자가 바로 농월정이었다. '밝은 달밤에 한 잔 술로 계곡위에 비친 달을 희롱한다'해서 이름 붙혀질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2003년 화재로 소실되면서 그 아름다움의 빛을 잃고 말았다. 비록 정자는 불타 없어졌지만 울창한 송림이나 계곡물을 끼고 방대하게 펼쳐진 너럭바위의 모습은 여전히 장관이다.
화림동계곡 정자중 가장 작고 소박한 군자정.

화림동계곡 정자중 가장 작고 소박한 군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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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바위에 앉은 연인들 앞으로 흘러가는 맑은 물소리에 흥취가 더해진다.

농월정을 나와 서하면 방향으로 3.5㎞쯤 오르면 동호정이다.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단청을 자랑하는 정자다.
동호정 안내문에는 "임진왜란 때 선조를 등에 업고 신의주까지 피란 갔던 동호 장만리 선생을 추모해 1890년께 세운 것"이라고 적혀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자로 오르는 계단. 통나무를 비스듬히 세운 뒤 도끼로 찍어 만들어 선도 고르지 않고 길이도 제각각이지만 운치가 있다.

정자 위에서 계곡을 바라보자 '해를 가릴 만큼 넓은 바위'란 뜻을 가진 차일암의 눈에 들어온다. 마치 계곡 가까이서 풍류를 즐기다 가라고 자연이 내준 자리 같다.

여기서 2㎞쯤 상류 쪽으로 오르면 군자정이다. 화려한 동호정과 대조적으로 나뭇결이 살아 있는 무채색의 군자정은 규모가 작아 아담하고 소박하다.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함께 조선조 오현 중 한 분인 일두 정여창(鄭汝昌ㆍ1450∼1504)이 찾아 시를 쓰고 읊곤 했던 계곡 바위위에 후손들이 1802년 세웠다고 한다.
거연정

거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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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정은 울퉁불퉁한 바위를 다듬지 않고 바위의 모양새에 맞춰 들쭉날쭉한 다릿발에 무게를 지탱하며 자연스럽게 올라앉아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는 조상들의 멋을 엿볼 수 있다.

군자정 인근에 거연정이 있다. 금천의 여러 바위들이 한데 모여 섬을 이룬 곳에다 세운 정자는 그곳으로 드는 아치형의 다리와 어우러지면서 빼어난 경관을 만들어 낸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풍류가 느껴질 정도다. 정자에 내걸린 '거연정기'를 보면 옛 선비들도 거연정을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로 쳤음을 알 수 있다.

◇개평마을 고샅길 돌면 가을빛 앉은 대청마루가 반기네
황금들녘을 따라 개평마을로 향했다. 일두 선생을 비롯해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영남의 대표적인 선비마을이다.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 그리고 초계 정씨 3개 가문이 뿌리를 내린 동네다.

개평마을은 입구에서 보면 좌우로 두 개의 개울이 마을을 가운데 두고 흘러 다시 하나로 합류한다. 개울에 끼여 있는 평평한 평지라고 해 介坪(끼일 개, 들 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토지' '다모' 등 TV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개평마을 일두 정여창 고택.

개평마을 일두 정여창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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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100년이 넘는 고택 60여 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중 정여창의 고택인 일두 고택이 유명하다. 옛스런 담장 길을 따라 걸으면 일두 고택에 선다. 원래 17동이었는데 지금은 안채와 사랑채, 사당, 문간채 등 12동만 남아 있다. 고택에 들어설 때 솟을대문을 지나치면 안 된다. 솟을대문에는 나라에서 내린 정려편액이 5개 걸려 있다. 붉은 바탕에 흰 글씨의 정려편액이 한 집안에 5개나 걸린 건 흔치 않은 예라고 한다.

대문으로 들어서면 정면에 안채로 향하는 일각문이 있고 사랑채는 오른편에 있다. 사랑채의 백미인 누마루에 오르면 백두산과 한라산, 지리산을 마당에 들여놓은 석가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 위로 용틀임하듯 뿌리박고 있는 노송이 운치를 더한다.

나이 먹은 담장을 따라 마을을 둘러보면 풍천 노씨 대종가, 노참판댁 고가, 하동정씨 고가도 만난다. 개평마을과 한옥문화원에서는 '한옥숙박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개평마을 일두고택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노송.

개평마을 일두고택 대청마루에서 바라본 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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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과 어울리는 것이 전통주다. 선조들의 옛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솔송주'를 만날 수 있다. 함양 선비들의 주안상에 오르던 솔송주는 일두 선생 가문에서 500년째 내려오는 가양주다.

은은한 솔향에 취해 가을빛이 내려앉은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번잡한 마음이 사라진다.

함양=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판암분기점에서 대진고속도로를 탄다. 지곡 IC를 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10여분 가다 안의면에서 26번 국도로 갈아타 장수방향으로 가면 정자들이 이어진다. 안의에서 함양읍내방면으로 가면 개평마을이 나온다.

△먹거리=오곡밥을 내놓는 읍내 늘봄가든(사진·055-962-6996)이 잘 알려져 있다. 쌀과 찹쌀ㆍ차조ㆍ찰수수ㆍ흑미로 따로따로 밥을 지어 푸짐하게 퍼준다. 반찬도 맛깔스럽다. 상림숯불가든(055-963-6674 )은 한우와 토종흑돼지를 내놓는다. 군청 앞의 조샌집(055-963-9860)은 추어탕과 어탕국수가 별미. 민물고기를 푹 고아 뼈를 추려낸 다음 얼큰한 국물에 국수를 말아준다. 안의면은 갈비탕과 찜이 유명. 안의원조갈비찜(055-962-0666)유명하다.


◆가을 함양에서 빼먹으면 후회할곳
오도재(지안재)

오도재(지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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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재(지안재) 굽이길
함양군의 마천면 구양리와 함양읍 구룡리 사이를 넘는 고개가 있다. 오도재다. 예부터 남해와 하동의 물산들이 지리산 벽소령과 장터목을 거쳐 타 지방으로 운송되던 육상 교역로였다.

이 길을 오르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전설이 있어 김종직, 정여창, 유호인, 서산대사, 인오대사 등 많은 유학자들과 수행자들이 넘었던 고개다.

오도재로 가는 길목에 지안재를 넘는다. 워낙 오도재가 이름난 탓에 오도재의 일부분으로 묻혀 있지만 지안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고갯길이다. 1.2㎞ 남짓한 짧은 길에 올라 고갯마루 전망대에 서서 내려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변 경관이 빼어나서라기보다는 여섯 번 반이나 굽이굽이 도는 곡선이 아름답기 때문. 더욱이 캄캄한 밤에 자동차 불빛만이 그리는 궤적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오도재 정상에서 마천 방면으로 내려오다 지리산 조망공원에 들러 보자. 지리산 하봉에서 중봉, 천왕봉을 거쳐 세석평원·벽소령·반야봉까지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넓은 광장과 휴게소가 조성돼 있다.
천년세월을 품은 은행나무

천년세월을 품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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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운곡리 은행나무
안의면에서 화림동 계곡을 되짚어 올라가면 운곡리 은행마을에 닿는다. 마을에 들면 깜짝 놀랄 풍경과 맞닥뜨린다. '살아 있는 화석'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406호)다. 돌담으로 멋을 낸 마을 고샅길 끝자락에서 버티고 선 은행나무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수령은 약 10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34m, 나무둘레가 8.5m이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39m)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

이 계절에 운곡리 은행나무는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잎을 떨구는데 노란 잎들이 꼭 폭설처럼 흩날린다. 어디서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장관이다. 그 많은 잎을 떨궜는데도 여전히 가지마다 나뭇잎들이 치열하게 매달려 있다.
전설에 의하면 운곡리는 돛배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은행나무가 돛의 역할을 하고 있단다. 마을 이름을 '은행정'(銀杏亭)으로 바꿀 만큼 주민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은행나무 부근에 송강정이란 정자가 있다

상림은 11월초가 가장 아름답다.

상림은 11월초가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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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 '함양 상림'
신라 말에 고운 최치원이 조성한 한국 최초의 인공림이다. 늦가을 최고의 운치 있는 숲길로 꼽힌다. 천연기념물 제 154호 상림은 익어가는 가을을 만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상림은 함양읍내 위천 천변을 따라 길이 1.6km, 폭 100~200m 내외로 아름드리 숲이 펼쳐진 그야말로 '천년의 숲'이다.

상림에는 갈참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신갈나무, 쪽동백 등 100여종 2만여 그루의 아름드리 활엽수가 들어차 있다. 워낙 장구한 세월 동안 터를 닦아 온지라 잘 보존된 천연림 못지않게 빼어난 자연의 풍치를 자랑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느릿한 산책의 묘미를 즐기기 그만이다. 상림 낙엽길의 진수를 느끼려거든 이른 아침이 좋다.
대봉산에서 바라본 가을 은하수

대봉산에서 바라본 가을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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