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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각오' 끝까지 지킨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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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2014년 그레코로만형 75㎏급 최종 세계랭킹 1위 수성…"오른쪽 엄지손가락 아프지만 올림픽 金따고 수술하겠다"

남자 레슬링대표팀 김현우

남자 레슬링대표팀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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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내심 기대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까지 지켰다. 한국 레슬링의 간판 김현우(26·삼성생명). 세계레슬링연합(UWW)이 21일(한국시간) 발표한 2014년 그레코로만형 체급별 최종 세계랭킹에서 2년 연속 그레코로만형 75㎏급 1위에 올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을 딴 그는 지난해 74㎏급(웰터급·현 75㎏급)으로 체급을 올려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올해 1위 수성은 장담할 수 없었다. 인천아시안게임 참가로 더 큰 점수가 걸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UWW는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며 김현우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아르센 줄파라크얀(27ㆍ아르메니아)는 2위를 했다. 김현우는 "아직 맞붙은 적이 없다. 나중에 매트에서 만난다면 내가 왜 랭킹 1위인지 증명해보이겠다. 물론 그 친구가 목표는 아니다"라고 했다.
자랑스런 쾌거. 그런데 주위의 반응은 대체로 '썰렁'하다. "대표팀 동료들에게 모바일 채팅으로 관련 기사를 보여줬는데 단문 답장만 오더라고요. 정지현(31ㆍ울산남구청) 선배와 (류)한수(26ㆍ삼성생명)는 답장도 보내지 않았고요. 많이 서운하던데요." 레슬링에서 세계랭킹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유도처럼 향후 국제대회 시드 배정에서 이점이 주어지지 않는다. 관심이 적다보니 김현우는 이번 결과도 세계레슬링연합(UWW) 홈페이지를 수차례 접속하며 직접 확인했다. "최고라는 걸 확인했는데 이상하게 머쓱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는 올해를 자신의 선수 인생에서 최고의 해로 여긴다. 인천아시안게임 그레코로만형 75㎏급 정상에 오르며 박장순(46) 자유형 대표팀 감독, 심권호(42) 대한레슬링협회 이사에 이어 한국 레슬링 역대 세 번째로 그랜드슬램(올림픽ㆍ세계선수권대회ㆍ아시안게임ㆍ아시아선수권대회)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없이 매트 위를 구른다. 닷새를 쉬고 다시 찾은 태릉선수촌에서 21일 퇴촌했지만 삼성생명에서 훈련을 이어간다. 제주에서 오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강원도 대표로 참가한다. "지자체를 대표해서 나가기도 하지만 자존심이 걸린 무대잖아요. 어떻게든 다시 정상에 올라야죠."

남자 레슬링대표팀 김현우(오른쪽)

남자 레슬링대표팀 김현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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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마쳐도 훈련은 계속된다. 당분간 국제대회는 없지만 11일 9일 태릉선수촌에 다시 입촌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내년 9월 7일부터 9월 13일까지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일찌감치 준비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최소 동메달 결정경기까지 진출해야 올림픽 쿼터를 딸 수 있다. 안한봉(46) 대표팀 감독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려 추후 강도 높은 훈련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의 긴장이 많이 풀려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게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 선봉에는 다시 한 번 김현우가 선다. 대표팀의 중고참이다. 후배들을 다독이고 솔선수범해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 "내 갈 길도 바쁘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동료들과 함께 웃고 싶다. 레슬링이 효자종목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사실 김현우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다친 오른 엄지손가락에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2012년 12월 수술했지만 관절염이 재발했다. 다시 수술을 하면 3개월 이상 쉬어야 한다. 그는 "오른 엄지손가락을 쓰지 않고 경기하는데 어느덧 익숙해졌다.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수술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김현우는 왼 손목도 좋지 않았다. 조금만 무리를 하면 '뚝'하는 소리 함께 통증이 밀려왔다. "생각보다 너무 아프더라고요. 매일같이 치료를 받았지만 나을 기미도 없었어요. 그래서 마취주사를 맞고 뛰었어요. 손의 감각이 사라져서 얼마나 박수를 많이 쳤는지 몰라요." 염증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리하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집중 치료를 전국체육대회 뒤로 미뤘다. 다시 레슬링화를 질끈 졸라맨다. "매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없어요. 아무리 세계랭킹 1위라고 해도요. 계속 전진하겠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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