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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자기소개서·구직자는 "신춘문예 응모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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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정·지원동기등 전통적인 질문에서 다양한 질문 요구
-기업들 "스펙 상향 평준화된 가운데 회사에 맞는 인재 찾으려면 어쩔 수 없어"
-구직자들 "신춘문예 응모하는 것 같다"며 골치.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대학 졸업예비생인 김모(28)씨는 올해 가을 채용공고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지원하는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질문에 그동안 보지 못한 내용들이 여럿 올라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질문에 경험한 것들 맞춰 쓰려고 고생했는데 또 '소설'을 써야 하게 생겼다"며 "기업들이 진정 자기소개를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입사 지원 시 제출하게 하는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입사 후 포부 등 단순한 질문을 넘어 다양한 답변을 요구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여러 곳에 마구 지원하는 '묻지마 지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회사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취업준비생들은 스펙에 이어 새로운 부담만 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2일 올 가을 채용이 마감되거나 진행 중인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30여개를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자기소개서 질문(성장과정·장단점·지원동기·입사 후 포부)과 다른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다.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자신이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을 통해 타인을 감동시켰던 경험을 서술하라"고 명시했다. 담배제조업체 KT&G는 "‘상상’ 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앞으로 KT&G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본인의 역할을 구체적인 경험·사례를 바탕으로 기술하라"고 했다.
성격·장단점과 같은 일반적인 질문을 변용한 질문들도 눈에 띄었다. 삼성생명서비스는 "내 자신이 보는 '나', 타인이 보는 '나'에 대해 서술하라"고 했다. 코웨이는 "내가 생각하는 나는 객관적으로 어떠한 사람이며, 나를 타인에게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서술하고, 나를 표현함에 있어 코웨이의 입사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서술하라"고 하기도 했다.

지원예정 중인 다른 회사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경남은행은 올해 신입행원 채용공고에서 '현재 지원 중이거나 지원 예정인 회사가 있으면 기재하라'고 약술형 질문을 했다. 자소서 항목만 8개인 곳도 있었다. 스포츠 의류업체 데상트코리아는 '본인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 3가지를 가지고 성장과정을 소개하라"는 질문 등 8가지를 400자 이내로 기술하라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소서 쓰는 게 신춘문예 응모하는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각종 취업준비생 까페에는 "매번 새로운 소설을 쓰는 기분" "글쓰기가 또 하나 추가됐다"며 자조 섞인 반응을 내비치는 구직자들도 많다. 기업에 따라, 또 요구사항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다른 식으로 포장해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취업준비생 1174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공채 준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하반기 공채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까다로워진 자소서 항목(35.2%)이 지원자들의 고스펙화' '줄어든 채용공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할 말이 있다. 스펙이 상향 평준화 돼 있는 가운데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원자 수는 많은데 성장과정과 같은 기본적인 질문을 하면 천편일률적인 답변이 나오다 보니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 알기 위해서 회사의 가치가 투영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정된 자원을 뽑는 입장에서 우리 회사에 열의가 있는지 없는지를, 자소서를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자소서를 이처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취업 준비생들은 자소서 작성에 공을 많이 들일 필요가 있다는 게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고용노동부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에서 개최한 '2014년 지역인재 채용설명회'에서 주요 그룹 인사담당자들이 밝힌 '취직 비법'은 1차 서류 전형에서 요구하는 학점, 영어점수 외에 면접시험의 기초자료가 되는 자기소개서를 회사의 가치에 자신의 역량이 연결되도록 잘 쓰라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청년 노동시장이 공급과잉이다 보니 기업들의 요구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고용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다 보니 기업들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변별력을 강조할수록 컨설팅 업체 등 취업 중개시장만 비대해지고 구직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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