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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부패의 뿌리, 낙하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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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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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KB금융지주 사태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유력 후보였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탈락하면서 누가 새 KB금융지주 회장이 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주 전산기 시스템 변경을 추진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보인 주된 요인 중의 하나가 낙하산 인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주요 직책의 적임자를 선거 과정을 통해 뽑는 민주주의 절차상 지지해 준 사람들에 대한 보은 인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선출ㆍ임명된 사람들이 물의를 빚는 경우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더욱 민감해진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다. 억울하게 생명을 빼앗긴 사람들, 특히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진 어린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와 불합리로 인하여 단 한 명의 실종자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도 아쉬운 점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의 기저에는 현직 및 퇴임 관료들과 산하기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초래되는 조직의 비효율성 및 비도덕성, 이른바 '관피아' 문제가 깔려 있다.

사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이든지 힘있는 자들과 그들의 연결망이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시스템의 비효율이 누적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건국 초기 인물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거부하며 신대륙 아메리카로 건너온 사람들의 후예인 이들은 기존 질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국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삼권분립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물이 한 곳에 모여 고이면 썩게 마련이고 권력이나 이권도 한 곳에 모이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사회는 관피아에 더하여 정피아, 해피아, 교피아, 전피아, 노피아 등 별의별 신조어가 다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관예우는 개인의 능력을 조직에 필요한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낭비시킴으로써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비효율을 불러오는 핵심적인 국가 문제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도 방만경영 해소, 부채감축 등 여러 개선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유능한 경영자를 선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전관예우를 근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2010년 이후 매년 하락해 지난해 세계 177개국 중 46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에 해당하는 하위권이다. 아시아 경제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의 부패 정도는 최악이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던 때가 지나고 점차 다시 일상의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겨 국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 대개조 발언도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대표되는 부패 문제는 한 번에 고쳐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방식 및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에는 출신ㆍ정권과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사가 공정한 기준 및 과정을 거쳐 발탁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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