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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노후원전 재가동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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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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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이 다한 노후원전을 수리해 계속 사용해야 하느냐가 국가적 현안이 돼있다. 설계수명 만료로 2012년 11월 운전을 멈춘 월성1호기의 재가동 여부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결정될 모양이다. 설계수명이 만료됐으나 1차 수명연장 허가를 받아 가동 중인 고리1호기도 있다. 이것은 연장수명 10년이 끝나는 2017년을 앞두고 내년부터 재재가동 여부 판단을 위한 심사에 들어가야 한다.

이 두 기를 시작으로 노후원전 처리가 본격적으로 국가적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2020년대에 추가로 10기가 줄줄이 설계수명을 다한다. 고리2~4호기, 한빛1~2호기, 월성2~4호기, 울진1~2호기다. 그러다보니 이 기회에 미래 해외수주까지 겨냥해 노후원전 폐쇄처리 경험을 쌓으며 원전폐로 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은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노후원전 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월성1호기 심사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고리1호기는 심사가 일찍 끝나고 주민동의도 비교적 쉽게 얻어 설계수명 만료 후 7개월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월성1호기에 대한 심사는 설계수명 만료 후 2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대형 자연재해를 가정한 안전도 평가절차가 강화된 탓이 크다. 지난 12일에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계속운전이 가능하다는 기술평가 결과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한 검증 등 여러 절차가 더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조되는 노후원전 수명연장 반대 여론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환경단체는 물론 해당지역 주민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에서 최근 심상정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을 토대로 월성1호기의 재가동은 적자운영이 불가피해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법률절차에 따른 심사에서 기술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됐으니 재가동을 허가하자는 쪽으로 이미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과 기술만 앞세우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법률은 필요최소한의 규칙일 뿐이고, 법률을 따르는 것만으로 원전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 법질서를 빙자한 행정횡포를 우리 국민은 너무도 많이 경험했다. 기술은 전문가끼리는 통할지 몰라도 해당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는 없다. 같은 관측치를 놓고도 그 의미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게 기술이기도 하다.
설계수명이 만료된 노후원전은 언젠가는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 그런데 그 시점이 왜 지금이 아니고 불특정한 미래여야 하나? 이 물음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최대한 성실하고 투명하게 답해야 한다. 원전의 태생적 위험성과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특이한 유독성을 고려해 원전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는 것이 국민적 공론이다. 그런 방향으로 중장기 국가 에너지정책이 다시 논의돼야 한다. 이것이 노후원전 처리에 관한 국가전략적 판단의 전제조건이다.

요체는 국민의 신뢰에 있다. 연안여객선의 안전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원전의 안전인들 지키겠느냐는 것이 민심이라면 그런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만이 아니라 부품시험성적서 조작 등 안전과 직결되는 대규모 비리가 드러난 한수원도 마찬가지다. 주민의 반대운동을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만 간주하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원전이라는 괴물을 다루는 일에서 외국이 수명연장을 한다고 우리도 그러자는 태도는 위험하다. 노후원전 처리방식은 우리의 독자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수명연장을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해야 한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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