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기를 시작으로 노후원전 처리가 본격적으로 국가적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2020년대에 추가로 10기가 줄줄이 설계수명을 다한다. 고리2~4호기, 한빛1~2호기, 월성2~4호기, 울진1~2호기다. 그러다보니 이 기회에 미래 해외수주까지 겨냥해 노후원전 폐쇄처리 경험을 쌓으며 원전폐로 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당장은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노후원전 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조되는 노후원전 수명연장 반대 여론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환경단체는 물론 해당지역 주민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에서 최근 심상정 의원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을 토대로 월성1호기의 재가동은 적자운영이 불가피해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정부는 법률절차에 따른 심사에서 기술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됐으니 재가동을 허가하자는 쪽으로 이미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률과 기술만 앞세우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법률은 필요최소한의 규칙일 뿐이고, 법률을 따르는 것만으로 원전의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 법질서를 빙자한 행정횡포를 우리 국민은 너무도 많이 경험했다. 기술은 전문가끼리는 통할지 몰라도 해당지역 주민을 포함한 국민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 수는 없다. 같은 관측치를 놓고도 그 의미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게 기술이기도 하다.
요체는 국민의 신뢰에 있다. 연안여객선의 안전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원전의 안전인들 지키겠느냐는 것이 민심이라면 그런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만이 아니라 부품시험성적서 조작 등 안전과 직결되는 대규모 비리가 드러난 한수원도 마찬가지다. 주민의 반대운동을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만 간주하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원전이라는 괴물을 다루는 일에서 외국이 수명연장을 한다고 우리도 그러자는 태도는 위험하다. 노후원전 처리방식은 우리의 독자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수명연장을 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해야 한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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