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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영화 속 세상은 창작의 고유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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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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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장르 '사극'이 나올 때마다 역사 왜곡 및 고증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사극 본질에 대한 담론으로 비단 영화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문학, 미술, 뮤지컬 등 다른 문화 장르에서도 역사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이 같은 논란은 여전하다. 여기에는 지나친 미화로 역사적 의미를 훼손했다는 논란도 포함된다.

영화 '명량'에서 역사적 실존 인물인 경상우수사 배설 장군의 행적이 과장ㆍ왜곡됐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배설의 후손들은 영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작자 등에 대한 고소ㆍ고발, 국민권익위원회 제소 및 영화 상영 중지 요청 등 행동에 나섰다.
경주 배씨 성산공파 문중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조상의 명예 훼손 및 후손들의 인격권 침해'를 제기하며 추석 직후 감독ㆍ제작사ㆍ시나리오 작가 등 4명을 상대로 고발장을 낸 상태다. 이에 배급사는 최근 창작 영역의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제작사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결국 문화적 논쟁이 법의 심판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얄궂은 상황에 처했다.

이제 논란은 일반 대중까지 가세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미 올해 들어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기황후'의 경우도 왜곡 논란으로 한 차례 몸살을 한 바 있다. 하반기 영화 명량을 비롯해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이 상영중이고 앞으로 '상의원' '협녀: 칼의 기억' '순수의 시대' 등이 개봉될 경우 관련 논쟁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사 속 인물과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은 스토리 자원으로 언제나 창작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재료다. 서구의 스토리 시장은 주로 신화를 원형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우리는 역사를 주로 다루는 특징이 있다.
최근 사극은 로맨스, 판타지, 탐정, 코믹, 액션 등의 장르와 이종 교배하며 더욱 진화중이다. 정통사극, 팩션(팩트+픽션)사극, 퓨전사극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래서 문화 시장은 더욱 풍성하고 호화롭다.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문화콘텐츠다. 이에 따라 수많은 설화, 민속 등도 속속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사극은 현재와의 대화, 현실 반영 등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멈출 줄 모른다. 이는 다른 시대의 풍속과 전통, 향수, 팩션을 통한 긴장속에서 감동을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 즉 창작의 자유가 허용된다. 하지만 사학계는 사실관계 왜곡에 대해서는 단호히 배격한다. 역사의 이면을 읽는 것과 사실관계 왜곡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견이다.

예술작품인 영화속에서 역사적 사실이 어디까지 가공을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에서 항상 부딪친다. 일단 문화계는 드라마작법에서 상상력을 더하는 것은 창작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영화는 영화로 보고, 역사는 역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허구가 가미된 예술작품이다. 영화는 창작을 기본으로 하며 표현과 가공이 가능한 영역이다. 심지어는 '윤리적 판단이 정지된 땅(밀란 쿤데라)'이기도 하다. 영화 속 세상은 창작자의 고유 영토다. 슬픔을 가진 자들이 자살에 감염된다고 해서 괴테의 '베르테르 효과'에 대해 윤리ㆍ도덕적 책임을 묻지는 않는 것처럼 무한히 열려 있다. 이것이 허용되지 않으면 심하게는 문화예술이 탄압받을 수 있는 빌미도 된다. 양자 사이에는 더욱 논쟁을 필요로 한다.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라는 식으로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이 논쟁에는 문화적 재부의 축적 방식이라는 고민이 담겨 있는 만큼 산업적 가치도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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