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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칼럼]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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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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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대상으로 여는 '언론포럼'에 두 차례 참석했다. 1차는 지난 7월 중순, 2차는 추석연휴 직전인 이달 초에 열렸다.

1차 때는 위원회의 활동 내용을 언론에 알리려나 보다 짐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또 연락이 왔다. 그래서 2차에도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포럼 장소로 가는 발걸음이 좀 무거웠다. 위원회의 공론화 '작업대상'에 엮여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들 말하는 '각계각층'의 한 구석에 슬그머니 끼워 넣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홍두승 위원장에게 물어보았다. "공론화를 목표로 내걸고 위원회가 출범한 지 벌써 10달이 넘었는데 위원장으로서 현재 목표 달성률이 어느 정도라고 보느냐"고. 이것이 50%를 넘는다면 나는 이미 엮여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이하라면 더 엮여들지 않도록 3차부터는 참석하지 말자는 심산이었다. 한계가 빤한 관변 위원회의 활동에 언론인의 명색으로 들러리설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홍 위원장은 잠시 침묵으로 뜸을 들이더니 퍼센트 숫자로 목표달성률을 얘기하지 않고 "아직 준비단계"라고 했다. 여전히 전문가 집단을 포함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오는 10월 말까지 '위원회 초안'을 만들어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것이 발표된 뒤에야 '공론화의 본선'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론화의 진도는 아직 0%다!

개인적으로 안심이 되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황당한 이야기였다. 위원회에 주어진 활동기간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올해 연말까지 14개월이다. 그중 12개월 동안 준비만 하다가 마지막 2개월 동안 공론화와 위원회 최종안 작성을 몰아쳐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핵발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그 사고가 지진과 해일 때문에 원전이 터진 것으로만 알지, 그것을 '사용후핵연료'의 가공할 위험과 연결시켜 생각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그 위험의 잠정적 해결을 길어야 10년 이내의 과제에서 대략 60년 이후의 과제로 미루기 위해 중간저장시설을 짓는 데만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시설을 짓는 비용은 '핵연료세 신설' 등으로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그 전에 시설부지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초래할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될지도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1~12월, 불과 두 달 새 공론화를 시작도 하고 마치기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홍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의 입장에서는 말이 된다. 애초부터 위원회의 위상과 논의범위에 한계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국무총리도 아닌 장관급 자문기구다. 공론화가 되든 말든 전문가 의견을 중심으로 위원회 권고안을 정리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제출하면 그만이다. 그뒤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게다가 스스로 정부 에너지 정책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핵발전 확대 정책은 논의대상에서 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언제 어디에 무슨 저장시설을 짓고 해당 지역 주민에게 어떤 재원으로 얼마나 보상하느냐는 다분히 기술적인 문제만 남는다.

이래선 고위험 핵쓰레기와 관련된 갈등을 제대로 관리해가기 어렵다. 늦기 전에 위원회 활동원칙 중 하나인 '회귀성 원칙'을 발동해야 한다. 이것은 활동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위원회의 위상과 논의범위를 재조정하고 활동기간을 좀 더 늘여야 한다. 위원회 스스로 'public engage-ment(대중참여)'로 영역한 '공론화'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졸속이 되어선 의미가 없다. cmlee@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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