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에 이렇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산이 지리산 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지리산에 들어가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3도에 걸쳐 펼쳐진 넓은 품, 끝없이 이어지는 연봉들과 장엄한 운해(雲海)는 지리산이 왜 '아! 지리산'이라는 감탄사로 부를 수밖에 없는 산인지를 절로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적잖은 이들이 마치 중독이라도 된 듯이 이 산을 찾고 또 찾는다.
지리산을 찾는 이들을 보며, 그리고 이들로부터 지리산을 보호하려는 이들을 보며 인간과 산의 '적정 거리'에 대해 생각게 된다. 산을 지키면서도 뭔가를 얻으려 산을 찾는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합당할까. 이는 지리산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산들이 함께 겪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산과 인간 간의 논의가 필요하다. 산과 인간 간의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 논의를 위해 산과 인간의 대표자들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 산 가문에서 최연장인 지리산은 물론이고 서울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북한산, 청소년이지만 가장 높이 성장한 백두산과 한라산도 참여해야 할 것이다. 전국 곳곳의 작은 산들도 소외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산은 워낙 과묵한 성격이어서 입을 잘 열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니 대리인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에 적임자가 있다면 아마도 이 땅의 많은 산들을 오른 끝에 지리산에 '귀의'한 이들 가운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이명재 기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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