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 상장 이어 화룽도…경기둔화로 부실채권 늘면서 역할 확대
올 초 중국에서는 신탁회사 중청신탁(中誠信托)의 고수익 상품 '크레딧 이퀄스 골드 넘버원'이 부도를 낼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만기일 하루 전날 이 상품을 싼 값에 인수한 업체가 나왔고 투자자들은 원금 전액과 이자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디폴트 직전 이 신탁상품을 구제한 회사는 배드뱅크인 화룽(華容)자산관리공사였다.
'크레딧 이퀄스 골드 넘버원'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곳은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었다. 화룽은 공상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도 맡고 있다. 이 상품이 부도가 날 경우 그 여파가 공상은행에까지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화룽이 공상은행으로부터 30억위안(약 4953억원)을 대출받아 상품 매입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화룽은 내년 상반기 중에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말 상장한 중국 배드뱅크 신다(信達)자산운용에 이은 두 번째다. 해외 투자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신다의 주가는 상장 이후 지금까지 10% 넘게 뛰었다.
신다·화룽의 상장으로 중국 경제의 주요 화두인 부실대출과 그림자금융 문제가 양성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드뱅크에 대한 민간자본 수혈에는 그림자금융 문제를 시장논리에 맡기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들어있다.
줄어드는 듯 했던 중국 금융권의 부실채권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5대 국영은행들이 털어버린 부실채권 규모는 469억1000만위안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경기둔화의 타격을 크게 받은 업종을 주심으로 부실채권이 급증했다.
FT는 중국 대형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총 대출의 1% 초반대로 미국, 유럽 은행권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신용팽창과 함께 부실채권 증가세가 가파른 데다 중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악화와 주가부진 등이 두드러지고 있어 향후 배드뱅크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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