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태 저술 '서울 평양 메가시티'
1989년 분단국가 독일의 통일은 역사상 가장 피를 적게 흘린, 평화롭고 아름다운 혁명이다. 독일 통일은 동유럽의 자유화,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 이어지며 지구촌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사회를 가장 광범위하게 재편시킨 일대 사건 중 하나다. 따라서 독일 통일이 평화로운 혁명의 시작점이라면 한반도 통일은 바로 그 끝단이다.
올해 초 '통일대박'이 운위되면서 수많은 지식인들이 '통일'을 부르짖고 있다. 관련한 연구와 자료도 봇물처럼 쏟아진다. 여기저기 통일 분위기에 편승, 각종 논쟁도 뜨겁다. 그러나 요란스러운 만큼 그 내실은 부실한 부분이 많다.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은 남북의 건축과 도시계획을 주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에 견줄 만큼 한국건축계의 쾌거로 받아들여졌다.
여러 설문조사들 중에는 통일이 되지 않고 이대로 고착되길 희망한다는 의견도 태반이다. 정세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 열강들의 셈법도 다르다. 심지어는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반대할 세력으로 내비치는 국가도 있다. 남북이 하나돼 연해주와 북만주를 경제적으로 통합하고, 나아가 유라시아를 건너 유럽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대박'이 분명하다. 유사 이전부터 인류 문명이 이동해온 '초원길'을 따라 물류·에너지·식량·자원의 유통로와 유통기지를 확보할 경우 우리 생존 자립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이에 통일을 위한 방안으로 '선 경제, 후 정치'를 제안한 민경태 박사의 저술 '서울 평양 메가시티'가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반도 메가수도권 전략이라는 거대한 구상을 통해 한국경제의 생존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일종의 국토전략 및 도시계획 방법을 통일의 기폭제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저자의 '서울-평양 메가시티 전략'이라는 청사진은 다소 허황될 정도로 획기적이다. 이미 저자는 학계에 2013년 '서울 -평양 네트워크 경제권' 구상을 제출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북한학 전공자로 미래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남북한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연구해온 심혈과 정성, 도전적인 의제 등은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메가시티 전략에 따르면 저자는 우선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는 6대경제권 수립을 제안하고 있다. 한반도 6대경제권은 ▲ 북서부권-신의주, 삭주, 강계, 만포, 정주/경제특구 중심, 중국과 협력 ▲ 북동부권-나선, 청진, 김책, 온성, 백두산/경제특구 중심, 러시아와 협력 ▲ 중동부권 - 원산, 함흥, 금강산, 속초, 강릉/메가수도권 연계, 일본과 협력 ▲ 메가수도권-서울, 인천, 평양, 남포, 개성, 해주/남북한 분업 및 경제 협력의 중심 ▲ 남서부권- 목포, 광주, 군산, 전주, 대전/항구도시 중심, 중국과 협력 ▲ 남동부권 -부산, 울산, 대구, 포항, 마산/항구도시 중심, 일본과 협력 등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경제협력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메가수도권을 개편하고 남북한 경제 협력의 모델을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같은 'K'형 발전 축을 중심으로 남북한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 새로운 분업 구조를 이룰 경우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저자는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남북한 경제협력은 지속돼야 하고 천천히 개선을 이루어 나가면 통일이 됐을 때 남한의 통일 비용을 줄여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몇가지 전제될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바로 남북한 통일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들의 동의와 협조를 얻는 문제다. 저자는 "통일이 우리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다자가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의 구성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이익 분배가 담보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제까지 남북 분단을 통해 이득을 취했던 이들에게, 통일의 이득이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사실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덧붙여다. 한반도의 통일경제는 거대한 이익 공유 시스템이 되어야 하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플랜을 세우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과제다. 따라서 이 책은 통일된 미래를 위한 비즈니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어봄직하다. <민경태 지음/미래의 창 출간/값 1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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