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풍선에 이르기를 "모든 것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 사람도 소음도 없고, 귀뚜라미 울고, 새들이 지저귀는 곳, 베를린 신공항으로 갑시다." 이 남자는 현 베를린시장 보베라이트(Wowereit)이다. 그는 함부르크시장과 함께 동성애자로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베를린 시장의 입을 빌어 베를린 신공항을 한적한 장소라고 하는 이 만평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겠다.
어쨌든 그가 속한 사민당은 19세기 후반 우측에 비스마르크의 철혈통치가 압박을 하고 좌측에 공산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와중에 그 중간에서 일어나 기반을 다진 후 바이마르 시대의 혼란과 나치를 겪어내고 100년을 넘게 버텨 온 정당이다. 이 사민당에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라인란트팔츠의 '영주'였던 베크(Beck)도 개발사업의 실패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자동차 경주장(Formel 1) 건설이다. 투자자 물색을 맡은 중개인은 막대한 중개료를 요구하고도 실제 일은 하지 않아서 주 정부가 투자를 맡는다는 둥 이래저래 해서 5억유로를 날렸다. 당시 이를 담당한 도이벨(Deubel) 전 재무장관이 형사소추되었다. 법원은 배임이나 기타 사익을 취하려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모럴 해저드로 인한 직권남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지만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지금 이 사건은 상고중이다. 여느 정당과 같이 사민당 역시 국민정당을 표방하지만 노동자와 서민이 주된 지지층이다. 그럼에도 사기꾼까지 가세한 개발사업과 투기놀음에 말려든 것이다. 이로 인한 재정적자로 말미암아 다음 선거를 기약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독일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사정이 연상되는데 특히 영암 경기장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경기장이 있다고 자동차 경주가 상시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독일에서는 여기 출입하는 계층이 흔히 제트기를 타고 와서 입장료만 500유로 이상을 지불하는, 인근 주민과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어서 우리의 경우로 보자면 모텔과 닭볶음탕집이 주를 이루는 지역개발과 조응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운 분야라 더욱 그렇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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