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1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자정을 넘긴 마라톤 회의 끝에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당초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으나, 이보다 징계가 낮아진 것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전산 시스템 변경은 은행 이사회와 경영진의 마찰로 지주 회장으로서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등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여 징계를 낮췄다.
이 행장에 대해서도 최고경영자(CEO)로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부통제에 허점을드러낸 책임이 있지만, 이사회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감원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점 등을 고려해 경징계를 결정했다.
5000억원이 넘는 도쿄지점 부실 대출에 대해서도 실무자의 부당 대출의 책임을 당시 리스크 부행장이었던 이 행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 회장은 국민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한 안건에 대한 제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당분간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경징계 결정으로 임 회장과 이 행장, 주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던 정병기 감사 등이 모두 퇴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내부 분란으로 KB의 신뢰를 떨어뜨린 당사자들이 한지붕에서 나란히 자리를 유지하게 되면서 지주와 은행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당초 제재 권한을 남용해 무리하게 징계했다는 금융당국에 대한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당초 중징계 사전통보와 함께 2개월이 넘게 KB금융의 경영 공백을 야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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