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광화문 미사 전 카퍼레이드는 마치 살아있는 예수님을 보는 듯했다. 팔과 팔을 거쳐 교황 앞에 전해진 어린아이들에게 사랑의 축복을 기원하는 모습은 마치 성화의 한 장면 같았다. 티 한점 없는, 그러면서도 온화한 미소와 함께 그가 입은 순백(純白)의 교황복은 먼발치에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시복미사를 진행할 때 교황이 입은 붉은색 겉옷은 췌서불(chasuble: 서민의 판쵸형 외투paenula가 변형된 것)로 전례복이다. 전례복은 전례력과 축일에 따라서 흰색, 붉은색, 보라색, 녹색으로 구분된다.
성직자의 옷이 일반인과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6ㆍ7세기경이었고, 12세기에 색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세 시대부터 대 제사장은 일반인과 구분되도록 최고급의 옷을 입었었다. 그러나 오늘의 사제복은 성직자가 신자를 잘 인도 할 수 있도록, 정결한 마음을 통해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데서부터 별도의 복장이 요구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있다. 기독교가 생활 전체를 지배하던 중세를 거치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종교 권력이 성직자들의 옷을 극히 화려하게 '발전'시켰으나, 점차 '평온'을 되찾아 왔다.
흔히들 옷은 제2의 피부라고 한다. 더 나아가 '옷은 사람'이라고도 할만큼 큰 위력을 갖고 있다. 입은 옷에 따라 귀족도 되고 평민도 되고, 종처럼 대우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입은 주인의 생각에 따라,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한없이 편안하게도 하는 게 옷이라는 것,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르쳐주고 있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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