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으로선 상설특검법의 테두리를 지킨다는 명분을,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선 여당 몫 추천위원을 사전 검증할 수 있는 실리를 취한 셈이다. 지난 7일 1차 합의안보다 유가족과 야당 입장에 더 다가섰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은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네 명 모두 유가족이 추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새정치연합은 심야 의원총회 끝에 재합의안 추인을 유보했다.
새정치연합은 재협상에 들어가기 이전에 몇 가지 카드를 갖고 유가족과 사전 협의를 벌였어야 했다. 협상 결과를 가지고 유가족 의견을 들은 뒤 파기하거나 추인을 유보하는 행태는 130명의 의석수를 지닌 제1 야당의 정치력을 의심케 한다.
새누리당으로선 우린 즉각 추인했는데 왜 유보했느냐며 야당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유가족이 재합의안을 거부한 것은 야당만이 아닌 여야 정치권 모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 때 정부가 기민하게 움직여 구조했더라면 세월호법은 거론되지도 않았을 터다. 여야가 함께 유가족을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자세로 소통하라. 유가족에게서 '국회를 믿어보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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