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서울권 이외의 자사고(이하 전국단위 자사고) 지원전략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기 전 필자가 전편에 소개한 ‘고입 환경의 변화 진단-자사고편’을 읽어 보는 것이 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성취평가는 시험의 난이도를 고려하지 않아 학생의 실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려운 시험에서 B를 받은 학생이 쉬운 시험에서 A를 받은 학생보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1단계에서 성적만으로 일정배수(보통은 2배수)를 추려 면접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주요 교과만을 반영했던 자사고의 경우 주요교과 ALL A비율이 지나치게 많다면, 정해진 시간과 인력으로 면접이 불가능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상산고의 경우 발표한 전형 요강에 따르면 원점수를 직접적으로 확인 할 수 없기 때문에 표준편차의 크기에 따라 원점수를 추정하는 전형요강을 발표했다. 즉 시험이 어려울수록 표준편차가 크고, 쉬울 경우 표준편차가 작게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해 표준편차의 크기에 의해 원점수를 추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표준편차가 5보다 작은 경우 대체로 쉬운 시험일 것이고, 이 경우 A를 받은 학생의 원 점수는 90점보다는 100점에 가까울 것이다. 반면 표준편차가 20보다 큰 경우 이 시험은 어려운 시험일 것이고, 이 경우 A는 100점보다는 90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 원점수를 가지고 추정 Z값을 산출하여 지원생 중 지나치게 ALL A가 많아 면접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민사고의 경우 표준편차와 평균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의 전형요강안을 발표했다가 반영하지 않기로 전형요강을 최종 수정하였다.
두 고교 모두 표준편차와 평균을 고려하고자 했으나, 그 의도는 서로 다르다. 전학기, 전과목을 반영하는 민사고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1단계 통과자가 많을 것을 우려한 것이라기보다는 시험의 난이도를 통제해 어려운 시험에서 B를 받은 학생을 구제해주려는 의도가 짙다.
반면 상산고의 경우 1-2학기~3-1학기 총 4개 학기 주요교과 5과목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ALL A가 지나치게 많아 현실적으로 면접이 불가능 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두 고교 모두 나름의 현실적인 문제인식에서 출발했지만, 어찌 되었건 민사고의 경우 평균과 표준편차 수집을 하지 않기로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민사고의 경우 심층면접이 당락의 결정적 요소이므로, 설령 표준편차와 평균을 수집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자사고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주요교과 ALL A비율이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 필자의 업체인 에듀바른 컨설팅에서 학교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서울, 경기 등 주요 지역 393개교의 과목별 A비율을 분석한 결과 4개 학기 주요교과 ALL A비율은 평균 5.3%~5.6%정도였다. 또한 한 학기가 추가될수록 ALL A 비율은 감소하기 때문에 전 학기를 반영하는 고교의 경우 실제 ALL A비율은 4%이하가 될 것이다.
전국단위 자사고 입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우 반영 학기에 따라 추정 ALL A비율을 파악해, 지원가능한 자사고를 진단해볼 수 있다. 또는 본인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고교도 충분히 합리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자사고 재지정과 관련한 정치이슈이다. 만약 자사고 일부가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는 다른 자사고 입시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므로 이후 자사고 입시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수월성 교육과 평등주의적 교육가치의 논란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린 학생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학생의 비전과 꿈을 꺾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에듀바른 컨설팅 김종완 대표 kjw931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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