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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출판가 휩쓴 '이순신 현상', 대중이 원하는 리더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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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 이례적인 흥행 기록 달성...서점가에도 충무공 이순신 서적 '봇물'

영화·출판가 휩쓴 '이순신 현상', 대중이 원하는 리더십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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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30 재보선서 호남민심에 심판당한 야당이여. 헌 자전거로 바닥 누빈 이정현의 승리를 기억하라. '세월호 그림자'서 여전히 못 벗어난 여당이여. 질타받던 해수부장관이 100일간 어떻게 유가족의 눈물을 닦았는지 떠올려보라. 재보선서 민의를 붙잡은 건, 정부 여당이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많은 헛발질을 했지만, 구호보다 진심이 들어간 두 사람의 리더십이 민의에 닿은 게 아닐까. 청와대에 맞서 당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천명한 김무성 대표, 경제불황을 타개하고 민생을 살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보인 최경환 부총리, 그 둘 말이다. 최근 영화 '명량'이 개봉하면서 흥행질주를 시작했고, 출판가는 이순신 관련서로 넘쳐난다. 왜 지금, 국난의 영웅인가. 2014년 8월 대한민국은 무엇에 목말라하는가.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014년 여름, 이순신 장군이 '부활'했다.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은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서점가에서도 관련 책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으로 늘 손꼽히는 이순신 장군이지만 최근의 '이순신 현상'은 우리 시대의 '이순신'이 필요한 현실, 이순신과 같은 지도자를 바라는 한국인들의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리더십의 부재, 정치권의 무능력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환멸, 일본의 우익화 등의 상황이 이순신 장군을 오늘에 다시 불러낸 것이다.

영화 '명량'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다. 영화 '명량'은 지난 달 30일 개봉 첫 날에만 68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역대 최고의 오프닝 신기록을 세웠으며, 둘째 날에는 70만명이 관람해 전날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위력을 보였다. 서점가에서도 '이순신 신드롬'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다시 책으로 옮긴 김호경의 소설 '명량'과 유광남의 팩션 소설 '이순신의 제국'이 새롭게 나왔고,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은 재출간됐다. 북한 국어학자 홍기문의 첫 한글 번역본을 반영한 난중일기 완역본과 역사 인문서인 '전쟁의 신 이순신' 등의 작품도 서점가를 장식하고 있다.

영화와 책을 찾는 이들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백성들을 구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한국사회,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떠올리고 있다. 영화 '명량'은 '12척의 배로 330척의 배를 격파(영화 속 설정)'한 명량대첩을 다루고 있지만 관객들은 이 영화에서 '스펙타클'보다는 왜 이순신 장군이 '성웅(聖雄)'으로 추앙받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두려움은 오히려 용기로 바꿀 수 있으며, 그럴 때 그 용기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에서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힘을 찾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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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이상적 지도자를 찾고자 하는 대중적인 열망은 더욱 커졌다. 세월호에서 드러난 리더십의 무능과 부재,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7ㆍ30 재보궐선거 결과에서도 재확인됐다. 야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총회를 연 곳은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자신들이 외쳤던 '심판론'의 제물이 돼버린 야당의 현실은 '명량'에서 그렸듯 이순신 장군이말한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을 앞서서 보여줄 리더십의 실종의 결과였다. 어느 때보다 낮은 투표율로 정치권에 대한 극심한 환멸을 보였던 국민들은 대신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만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왕이 있다. 나에게 충(忠)이란 그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라는 영화 속 이순신의 대사가 가슴을 울렸다"고 평했고, 또 다른 관객은 "명량해전이 벌어진 곳이 진도였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백성을 지키는 이순신 같은 진짜 영웅이 나타나는 기적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군국주의의 길을 치닫고 있는 최근의 상황도 이순신 현상에 한몫 했다. 400여년 전 절대적 열세의 전력으로 '왜군'을 물리친 명량의 승전을 통해 '극일'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원래 이순신 장군은 난세의 영웅이다. 지금 이순신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나라가 어수선하다고 느낀다는 방증"이라며 "대내외적 상황을 통해 국민들이 안위에 대해 심각한 위험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을 지켜줄 영웅을 역사 속에서 찾아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이순신은 충성의 상징으로 보여줬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끓어올라 자신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재해석됐는데, 이런 측면이 지금 대중들의 열망에 잘 부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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