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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직원들이 다시 ‘블랙베리’폰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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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직원들이 다시 ‘블랙베리’폰을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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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한때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던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몇 년 전부터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 밀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근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원들이 다시 블랙베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보통신(IT)분야 경영전문지 CIO매거진은 최근 “아이폰 같은 시장의 주력 스마트폰이 처음부터 기업용 용도로 설계되지 않은 것에 따른 근본적 문제점이 점차 나타나면서 많은 기업용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다시 블랙베리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 문제, 개인정보 관리 문제로 인해 직원들의 개인 모바일 기기를 회사 네트워크 자원으로 이용하는 ‘BYOD(브링 유어 오운 디바이스)’ 정책을 도입했지만, 그 역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뉴욕의 한 유명 투자사에서는 다시 블랙베리를 쓰게 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 회사의 IT부문 담당임원은 “그야말로 악몽 같다”면서 “지금까지 4종류의 MDM(모바일 단말관리) 솔루션을 시험해 봤지만 매번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한 솔루션은 이메일 ‘푸시 알림’ 기능이 아예 없었고, 또 하나는 일선 영업 직원들이 스마트폰 앱에서 이메일을 보내거나 PDF 파일을 열 때 문제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일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는 문제도 있었다. 한 솔루션은 배터리가 몇 시간 내에 닳아버릴 정도로 회사 서버에 마치 디도스 공격 같은 부하를 야기하는 바람에 결국 교체해야 했다.
이 임원은 “이 같은 사소한 시스템 결함이 사용자들을 그야말로 미치게 만든다”면서 “우리 투자은행은 구성원들이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스마트하고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이들만 모아놓은 조직이다 보니 까다로운 직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BYOD에 대한 가장 큰 반발은 개인 사생활 문제였다. BYOD가 도입된 이후 회사 직원들은 자신의 개인 스마트폰에 회사 업무용 솔루션을 탑재해야 하는데, 회사는 자체 정보보안 방침에 따라 메신저 등 특정 앱의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또 해당 모바일 기기의 위치 추적, 사용 기록 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것이 개인 사생활 보호를 원하는 직원들의 요구와 충돌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두 개를 들고 다니는 경우도 많아졌다. 결국 회사와 직원 양쪽 모두 불만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예전에 쓰는 블랙베리가 더 낫다는 직원들이 늘었다. 이 임원은 “직원 중 60%가 다시 블랙베리를 보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결국은 새로운 스마트폰과 솔루션에 퍼부은 수많은 예산이 다 헛물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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