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창조경제정책 추진과정에서 창업을 정책도구로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창업정책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창업 장벽이 낮은 애플리케이션 창업 등 ICT 창업이며, 실제 고부가가치의 제조업 창업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ICT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은 쏟아져 나오고 이를 위한 정책도 활발히 생산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에 대한 관심은 멀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믿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2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가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이 비제조업보다 중요한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는데, 그중 두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조업은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2008~2010년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평균 주급은 605.18달러로 비제조업 노동자 평균 주급 558.29달러보다 약 8.4% 높다.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저임금 노동자를 가정하면, 이들이 구할 수 있는 직업군 중 제조업 직군은 비제조업 직군에 비해 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제조업은 상업적 혁신의 주요한 원천이며, 서비스 분야 혁신의 기반이다. 제조업은 비제조업 기업에 비해 새로운 제품이나 새로운 생산ㆍ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더 많이 도입한다. 미국 과학재단(NSF) 조사에 따르면, 2006~2008년 기준으로 제조기업의 22%는 새로운 혹은 현저히 개선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비제조업 기업은 8%에 불과했다. 또한 비제조업의 혁신은 제조업의 혁신이 전제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경우도 다수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애플이 앱스토어나 아이튠스로 대변되는 애플 생태계를 구축했다 한들, 이를 구현할 아이폰의 디스플레이, 카메라, 중앙처리장치(CPU) 등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이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가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시 과학기술 정책을 가다듬고, 과학기술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드웨어 강국이 세계 경제를 리딩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김홍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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