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노숙자로 판단해 일반 '변사 사건'으로 처리했다. 발표대로라면 검찰은 이미 죽은 사람을 잡겠다며 지난 21일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무능'은 누군가를 비판할 때 쉽게 쓰는 말이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최면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 변사체 발견으로 세월호 수사의 중심축이 사라졌다. 그를 정점으로 한 수많은 의혹도 실체를 드러내기 어렵게 됐다.
누군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그런데도 '검경이 무능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까. 검경의 발표는 의문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유 전 회장이 왜 숨졌는지, 자살인지 타살인지, 안경은 왜 없으며 돈 가방은 어디로 갔는지 등 의혹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은 결코 무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보다는 때론 무능하고 때론 '너무 유능'하다. 권력 입맛에 맞는 사건 처리에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반면 권력이 부담스러워 하는 사건 처리에는 "이렇게 무능할 수 있는가"라는 반응이 나올 결과물을 내놓는다.
유병언 변사체를 둘러싼 검경의 행태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왜 수사권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사법체계를 흔들며 전례가 없다는 말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궁색한 변명 아닐까. 고용노동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이 단속 업무를 위해 '특별사법경찰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
중요한 건 누군가의 유불리가 아니다.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를 가리는 일이다. 권력이 부담스러워하는 사건 처리에 '특유의 무능함'을 보이는 수사당국의 처분에만 맡긴다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의혹이 과연 해소되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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