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경제규모가 커진 현실을 반영하고 고속도로, 공항 등 상대적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방의 대형사업을 지역균형발전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15년 전에 비해 공사비 규모가 커지고 물가도 오르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수도권에 비해 경제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무산된 지방 사업이 많아 지방의 불만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뿐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 없다'는 판정을 받은 23개 SOC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대선 공약, 지역균형발전 등 이런저런 정치 논리에 의해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 추진된 결과다. 박근혜정부의 지역공약 중 신규 SOC 사업의 경우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10개 중 9개는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조사 기준을 올리고 지역균형발전 배점을 높이면 경제성 없는 과시성, 선심성 지역개발사업이 마구잡이로 추진될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나라 살림이 빠듯한 실정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그나마 낭비성 사업을 걸러낼 유용한 장치다.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등 득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기준 완화를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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