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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사태, 동양 데자뷰?…'닮은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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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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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동양그룹 사태'가 1년여가 지난 지금 포르투갈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룹사의 부실을 금융자회사에게 밀어넣고, 부실채권과 기업어음(CP)을 개인투자자가 떠안은 그림이 1년 전 '동양 사태'와 판박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를 '유로존 위기' 재발의 공포로 몰아넣은 포르투갈 사태는 에스피리토 산토(Espirito Santo) 가문 소유 포르투갈 재벌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됐다. 금융 자회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사기성 기업어음(CP)을 안전한 상품이라 속여 팔았다. 대형 재벌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개인들한테 떠넘긴 '폭탄 돌리기'가 1년을 사이에 두고 장소만 바뀐 채 반복된 셈이다.
지난 10일 포르투갈의 방코 에스피리토 산토(Banco Espirito Santo·BES)를 소유한 에스피리토 산토 인터내셔널(Espirito Santo International·ESI) 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하면서 각국 증시는 급락했다. ESI 그룹은 스위스 프라이빗 은행 고객들이 보유한 자사 채권 만기일을 지키지 못했고, 유럽 증시가 급락하면서 '포르투갈 쇼크'가 점화됐다.

문제가 된 것은 ESI 그룹이 상당량의 채권과 기업어음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지만 그룹사는 갚을 돈이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BES의 고객이 보유한 ESI 그룹 회사채 규모는 개인투자자가 6억500만 유로, 기관투자자가 19억 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ESI 그룹의 자본부족 규모 25억 유로에 달한다. 가진 재산을 제값 받고 모조리 팔아도 우리돈으로 3조원 이상의 빚을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우선 기업지배구조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BES은행은 에스피리토 산토 파이낸셜 그룹(ESFG)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지주회사는 ESI그룹이다. 그 밑에 ESFG를 금융자회사로 두고, 은행 손자회사로 BES 은행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ESI그룹은 ESFG와 BES은행을 통해 그룹 운영자금을 조달해왔다. BES 은행은 ESI그룹의 3개월 만기 기업어음(CP)를 개인투자자에게 팔면서 꾸역꾸역 돈을 끌어썼다. 불완전판매 의혹도 짙다. BES 은행은 개인투자자들에게 ESI그룹의 채권이 아주 안전하고 보수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시간을 조금만 되돌려보면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동양 사태'는 동양 그룹이 그룹의 부실채권과 CP를 금융자회사에 떠넘기고, 그 자금이 개인투자자에게 무더기로 불완전판매되면서 빚어진 참극이었다. 개인투자자 피해 규모는 4000억원에 달했고 관련자들은 쇠고랑을 찼다.

한편 포르투갈 BES 은행은 포르투갈 대표지수인 PSI 20 구성 종목 중 시가총액 6위(28억6000만 달러)의 상장 기업이다. 모회사 ESFG는 시가총액 19위(2억4538만 달러)다. ESI 그룹은 포르투갈의 재벌 기업으로 호텔, 병원, 은행 등 다방면의 사업을 영위해왔다. 전문가들은 ESI 그룹이 부도가 나면 BES 은행의 자기자본이 60억 유로에 불과한 상황에서 불완전판매까지 겹쳐 자본적정성과 평판리스크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포르투갈 금융시스템의 묵은 부실이 곪아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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