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서울대 교수의 인문 강의
박훈 서울대 교수의 저술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는 현 군국주의세력의 근원과 배경을 면밀히 분석한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일본 근대화과정에 대한 단선적인 시각과 편견을 깨고 있다. 우리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분노하며 그 근원을 메이지 유신에서 찾는다. 그리곤 우리 문물을 받아온 일본이 어떻게 변혁을 이뤄냈는지 자못 궁금해 한다.
즉 저자는 메이지 유신을 '유학'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미 유학적 질서에 있던 동아시아국과와는 달리 일본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유학이 성행한다. 당시 사무라이 사회라는 병영국가 체제였던 일본에서 유학은 전통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체제 변혁적 '위험사상'으로 작용했다. 사무라이들이 유학경전을 강독하고, 사대부적인 정체성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정치체제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우리가 알던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메이지 유신세력은 해외 열강 및 국제 정세에 '과장된 위기 의식'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막부는 지배권을 포기함으로써 메이지 유신으로 가는 길목에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역사학자들이 유럽 근대의 기준으로 동아시아의 근대를 연구할 경우 다층적이며 복잡한 정치사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고 설파한다. 따라서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제대로 바라봐야 일본의 침략주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토대로 종합해 보면 19세기 일본의 사무라이(군인) 세력이 유학 이념을 받아 변신하는 과정에서 전대미문의 학적 네트워크와 정치 변혁, 막부 체제의 동요 등을 촉발해 근대화로 이어졌다. 따라서 일본에서 유학은 변혁의 가교인 셈이다. 사무라이라는 정치낭인들이 유학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세계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근대적 변혁을 추구했다. 이후 이들은 유일정당을 추구했으며 이웃나라 지배 및 전쟁을 벌였다. 전후 일본은 여전히 자민당 일당 지배를 이루고 있다. 나아가 현 지배세력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상대로 호전성을 드러내고 있다. 좀더 깊은 연구가 요구된다. <박훈 지음/민음사 출간/값 2만2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