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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聯政의 추억, 노무현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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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가에 협력정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당선인은 18~19일 첫 여야 정책협상단 회의를 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생활임금제 도입 등을 논의했다. 같은 당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은 19일 "정책협의는 물론 인사도 새정치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 충남 등지에서도 당선인들이 협치를 말한다. 꽃을 피울지는 미지수지만 의미 있는 연정 시도다.
 성공한 연정하면 흔히들 'DJP 연합'을 떠올린다. 15대 대선 승리로 김대중 대통령, 김종필 총리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2010년 김두관 경남지사의 연합정부도 있다. 하지만 'DJP 연합'이나 김 지사의 사례는 지금 당선인들의 움직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상대진영과 손을 잡은 연정이라기보다는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공조의 성격이 짙다.
 대척점에 선 세력 간의 연정을 말하려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여야 간 연정을 시도했던 유일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그 상대였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05년 7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열린우리당+한나라당'의 '대연정'을 제안했다. 한나라당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받아주면 총리를 내주는 등 대통령 권력을 내각제 수준으로 이양하겠다는 파격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8월1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한마디로 잘랐다. 그러고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에나 전념하라"고 면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래도 굽히지 않았다. 논란은 한동안 이어졌다. 9월7일 청와대 회담에서 담판이 났다.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은 지역구도를 극복하자는 취지"라며 '초당적 거국 내각 구성'을 다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노선이 달라 함께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연정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왜일까. 그때의 정국상황을 보면 답이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국정수행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할 만큼 상황은 노무현 정부에 험난했다. 우리당은 그해 '4ㆍ30 재보궐선거'에서 0대23으로 참패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29%'였다. 야대(野大)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대통령이 의욕을 보인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4대 법안 처리는 벽에 부딪혔다.

노 전 대통령은 연정을 말하면서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치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려는,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얕은 술수로 폄하했다. 인식 차가 너무 컸다. 실패는 애초 자명했다.
그런데 아이러니다. 세월이 흘러 거꾸로 박 대통령이 '연정을 제안하라'는 주문을 받는 처지가 됐다. 김성곤 새정치연합 의원은 18일 대정부질문에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에 대연정 제안을 했는데 당시 박근혜 대표가 거절했다"며 옛날 일을 들춰냈다. 그러고는 "박 대통령은 문창극 총리 후보가 낙마하면 이번엔 야당에 총리의 추천을 의뢰하는 대연정을 제안해보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면서. 요즘 젊은이들 말로 '헐!'이다.

공교로운 건 박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노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6ㆍ4 지방선거'를 선방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총리 후보 등 부적절한 인사 논란이 겹치면서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여권 전체에 위기론이 번질 정도다. 게다가 국가개조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법안들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대(與大)지만 국회 선진화법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거의 없다. 야당의 '연정을 제안하라'는 요구, 박 대통령 심사가 어떨까….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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