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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국가 개조'보다 '국정 개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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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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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국무회의 모습은 희한하다. 자리마다 노트북 컴퓨터가 켜 있다. 성능 좋은 마이크가 그 옆을 떠받친다. 허나 이 장비를 쓰는 장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발언은 주로 대통령이 하고, 총리와 장관들은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는다. 토론은 없고 대통령 말씀만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도 마찬가지다. 일부 수석실은 인적 구성부터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다. 민정수석실 5명 전원이 판검사 경력, 넷은 영남 출신에 대형 로펌에서 큰돈을 받으며 일하다 왔다. 지연ㆍ학연에 '법피아(법조+마피아)'로 얽혀 끼리끼린 통했지만 다양한 국민 의견을 소화하진 못했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 바쁜 국무회의장에서 소신껏 책임지고 일하는 장관이 나올까. 국정 과제인 창조경제와 경제혁신이 가능할까. 결과적으로 무소신ㆍ무책임ㆍ무능력의 '3무(無) 장관'을 양산했다. 그 아래 관료조직은 국민 신뢰를 잃고(不信), 정책성과를 내지 못하며(不能), 권력 눈치를 살피는(不動) '3불(不)'의 늪에 빠졌다.

경제의 불균형 성장을 바로잡자는 경제민주화와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출발한 경제정책은 수도권 규제완화 등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혜택이 더 가는 쪽으로 돌아섰다. 의료 민영화 등 서비스산업 발전, 공기업 개혁, 경제혁신 3개년계획 등 핵심 정책이 시류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변했다. 그럼에도 수출과 내수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과 소득 양극화는 심화됐고 경기도 침체됐다.

경력과 재산이 남부럽지 않은 법피아들만의 리그 민정수석실은 각계각층의 민정(民情ㆍ민심과 여론 동향)을 제때 제대로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여야 대립이 격화하고 국회가 파행하는 등 정치는 퇴보했다. 종북주의 논란 속 공안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회 갈등도 커졌다.
이 와중에 세월호가 침몰했고 정부는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실종자 구조를 놓고 책임을 떠넘겼다. 총리부터 장관까지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추락했다. 다급해진 대통령이 과거 적폐 때문이라며 국가 대개조를 부르짖었다. 그러면서 내세운 총리 후보자가 권력형 비리 수사로 이름을 날린 검사이자 대법관 출신 변호사. 그 또한 국가의 기본을 세우겠다고 장담했지만 내정 6일 만에 고액 수임료 논란으로 사퇴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마땅히 걸렀어야 했지만, 초록은 동색인 그들로선 하루 1000만원 꼴 수임료가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국가개조 이전에 국정운영 방식부터 대수술해야 한다. 현 정부 임기 개시 1년3개월 시점에 터진 사고를 놓고 과거 잘못 운운하는 것은 염치없다. 대통령부터 철저히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국민 담화를 앞두고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해 '제 탓이오'하며 가슴을 친 것으론 부족하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잘못이 있으면 진정어린 자세로 사과해야 한다. 일방적 담화만 쏟아내지 말고 국민과 직접 대화하고 기자회견도 자주 해야 한다.

현 정부 5년 임기의 3분의 1이 지났다. 아직 임기의 3분의 2가 남았다. 대통령은 국정의 큰 줄기만 직접 챙기고 나머지는 총리와 장관이 책임지고 하도록 맡겨라. 그래야 대선 때 약속한 책임 총리ㆍ장관제도 확립된다. 그럴 만한 능력이 없는 장관과 청와대 참모는 바꿔라. 괜히 정부조직을 이리저리 쪼개고 붙이거나 신설하는 실험을 하기 이전에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을 개조하라.

"모든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며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서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과 100%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입니다."

박 대통령이 당선 이튿날 한 인사말이다. 국민은 이제 그에게서 '선거의 여왕'이 아닌 '약속의 대통령' 모습을 보길 원한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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