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오후 5시께 서대문구 영천시장 광장.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연설 장소. 파란색 점퍼나 조끼를 입은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인원도 100여명가량. 그래도 지지자들의 환호와 '충성도'는 컸다. 어린 아들 손에 '울 아빠는 박원순 시장님이 최고래요'라는 글귀를 쓴 판을 들린 30대 엄마가 있을 정도. 군중 틈엔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보였다.
박 후보도 연설에 앞서 운동화 차림으로 시장을 돌았다. 수행원은 진선미, 우상호 의원 등으로 단출했다. 박 후보는 시장 시절 이곳을 자주 찾은 때문인 듯 "벌써 거의 다 파셨네요" "매대를 안쪽으로 길게 하면 어떨까요" 등 상인들과 흉허물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시장 후보가 아니라 '시장'인 듯 자연스러웠다.
풍경 셋. 우림시장 맞은편에선 정 후보와 경쟁에 나섰던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전 최고위원이 찬조연설을 했다. 김 전 총리는 "박원순 후보는 안보관이 미심쩍다"고 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박 후보는 세금만 축내고 한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서울시장 3년은 아무 것도 한 것 없는 잃어버린 3년"이라며 "저는 열심히 일하는 '일복 시장', 일자리와 복지를 챙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같은 점.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두 후보 모두 조용한 선거운동을 벌였다. 떠들썩한 로고송도, 율동도 없었다. 요란한 이벤트성 유세보다는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스킨십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주를 이뤘다. 시장통이라 그런지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점도 비슷했다.
다른 점. 정 후보는 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선거운동원을 활용한 반면 박 후보는 당을 적극 드러내려 하지도, 운동원을 동원하지도 않으려는 눈치였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도 정 후보 측은 참사 이후의 일, 경기를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주자고 강조한 반면 박 후보 측은 참사 원인이 정부와 새누리당에 있다며 심판론을 주장했다. 정 후보의 유세가 박 후보의 실정 공격 위주라면 박 후보는 현장 맞춤형 공약 제시인 점도 다르다면 다른 점.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로는 박 후보가 정 후보를 월등 앞서 있다. 초조함과 여유의 차이인가. 정 후보 측은 '박 후보 부인 출국설' 등 네거티브성 공세를 펴고, 박 후보 측은 흑색선전은 "그대로 놔둘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되도록 '조용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박 후보 우위의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반전이 있을지, 이제 9일 남았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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