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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號에서 '도망치는 선원들'…공무원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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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관붕(官崩)사태'…떼거리즘 부패와 참사 아마추어 대응, 공무원 신뢰바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세월호 침몰과 함께 공무원사회도 함께 침몰했다. 공무원이 세월호 사고발생부터 사고수습과 구조대책에서 보여준 것은 무능과 무지, 부패의 민낯이었다. 공무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자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정신, 청렴성, 그리고 전문성을 들 수 있다. 국민들은 정부, 곧 공무원이 국민의 안전과 생존,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서비스에 매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공무원사회가 이에 응답해야 할 때다.

이번 사고에서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 해경 등은 수십년간 쌓아왔다는 전문성을 무엇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 초기대응 과정에서 구조자·실종자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다. 교육부는 경주마우나리조트사고가 터진 지 두 달도 안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지만 경기교육청이 전원구조를 성급히 발표하고 서남수 장관은 황제라면 논란에 이어 "장관님 오십니다"라는 수행원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경찰간부후보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사고수습 대책본부에 뒤늦게 나타났다. 안행부 국장은 유가족들에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가 옷을 벗었고 해경 과장은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하면 대단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가 직위해제됐다. 사고대책을 진두지휘하겠다고 자임한 정홍원 총리는 내각 선장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무지와 무능에 이어 부패의 고리도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에는 해수부, 해경과 선사, 해운조합, 관련 단체들의 결탁 즉 '해피아(해수부+마피아)'가 있었다. 해피아 뿐만 아니다. 금융마피아(기재부, 금감원, 유관기관), 에너지마피아(산업통산자원부, 에너지공기업·단체), 교육마피아(교육부, 교육기관) 등 관료와 이익집단 간의 뿌리 깊은 먹이사슬, 결탁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사회의 역주행이다. 국가주도의 개발연대가 지나고 민주화, 정보화, 융복합화를 맞이하고 있지만 공무원사회는 이익집단으로 바뀌었다. 그 형태도 부처이기주의, 조직이기주의와 함께 최근에는 사익추구로 변질됐다. 현직에 있을 때에는 승진과 요직에 목을 매고 퇴직 후에는 낙하산을 통한 재취업을, 은퇴 후에는 OB모임을 비롯한 각종 모임을 통해 자신들만의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관료개혁을 외쳤음에도 번번이 실패한 것은 공무원사회의 기득권 지키기가 다양화되고 교묘화, 공고화 됐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우리나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베이징발언을 했다가 정권과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해 4월에는 101명이 사망한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6월에는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행정이 몇 류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자문해봐야 한다.

공무원사회의 변질을 공무원에게 모두 떠넘기기 어렵다. 이를 용인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들여다봐야 한다. 역대 정권은 공직사회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고, 감사원이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국회와 각종 이해단체, 기업, 언론 등도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의 변질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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