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사고현장 찾아 정부 발표 오류 잡아내기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정부의 늦장 대처와 언론들의 잇따른 오보 속에 직접 정부와 언론으로 나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시가 급한 절박한 상황 속에 가족들은 대표를 뽑고 직접 정부발표를 확인을 해가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려 노력해왔다.
23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반별로 대표단을 꾸려 가족들의 의견를 모으고 정부에 각종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가족 대표는 처음 1명이었다가 여러 가족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지난 19일 반별·실종자별로 나뉘었다. 현재 가족대표단은 반별 대표 10명, 교사 실종자 가족 대표 1명, 그 외 실종자 가족 대표 2명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표단들은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듣고 정부와 협의한 뒤 이를 가족들에게 다시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수색작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정부측의 설명이 없자 실종자 가족들이 직접 청와대로 가겠다며 11㎞가량을 이동하기도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접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면담을 하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가족들은 발걸음을 체육관으로 돌렸다.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위를 진정시킨 가족도 있었다. 20일 송영철 안전행정부 전 국장이 사망자 게시판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가족들이 강력 반발하며 몰려들자 한 가족은 "이러면 우리도 이런 인간들과 똑같이 된다"며 나머지 가족들을 진정 시켰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직접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진도체육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은 정부에 요구사항을 이야기 하던 중 "우리가 못하는 걸 정부가 해주는 건데, 왜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고 가슴 졸여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또 가족들을 살리려고 노력하다보니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한 실종자 부모는 23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의견을 모을 수 있었냐고 묻자 "살리려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 희망은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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