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서구의 경우 연금 제도 개혁은 10년간의 사회적 논의 과정 거쳐"
오 위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의 '잠정합의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원내대표간의 합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정부안의 기본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부분적인 보완으로 야당이 명분을 가질지 모르지만 사실상 정부안이 관철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기초연금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시민사회를 대표해서 정부안의 여러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해왔었다.
이같은 합의에 대해 오 위원장은 "현세대 노인들은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안으로 약간의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국민연금을 받는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효과는 임시적 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세대 중장년층은 합의안에 따른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노인복지에서 굉장히 중요한 두 축인데 이를 섞는 것은 전체 연금 설계도를 완전히 변형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중요한 결정이 연금 제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쫓긴 두 원내대표의 조찬회동에서 결정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구의 경우에는 연금 문제의 경우 10년간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모든 구성원들이 상호 책임을 공감하며 합의해 연금 개혁 하는 것과 상반됐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여야정 실무협의체에서 야당이 9일 협상안으로 수급액 연계를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이 이번 여야원내대표 합의안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수령액 연계안은 저소득 장기가입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기초연금 수급액을 수령액에 따라 나눠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오 위원장은 이러한 제안이 "(여당으로 하어여금) 국민연금 수령액이 30만원 미만인 장기가입자에 대해서는 돈을 전액 주겠다는 카드를 내놓게 만들 수 있었다"이라며 "수령액을 연계하겠다는 협상안은 애초에 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기초연금 수급액이 물가로 연동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인상율이 절반에 불과한 물가와 사실상 연동하고 있다"며 "물가와 연동되면 2030년대에는 A값의 5%로 반토막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이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보다 더 큰 감액이 초래되는 독소 조항"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기초연금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국민연금이라는 주장을 최근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기초연금 미래 재정보다 더 심각한 게 국민연금 미래 재정 안정화"라며 "국민연금을 개혁해야 하는데 이번 협상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경우 이미 기초연금 등에서 혜택을 깎였기 때문에 설득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연금 문제는 다시금 조정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미 기초연금 문제로 희생을 요구한 이상 가입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일반 시민들이야 눈앞의 이익을 쫓아 연금액을 타겠다고 할 수 있지만 국정운영자들이 연금제도를 이렇게 졸속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기초연금 논란의 해법으로 일단 현재 있는 기초노령연금법의 일부 조항을 바꾸고 사회적 합의 과정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야당에서는 기초노령연금 조항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A값)의 5%를 10%로 수치 하나만 바꾸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후에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머리를 모아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해법과 같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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