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출발할 당시에 이미 선체가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고 일부 생존 승객들은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처음부터 무리한 출항을 강행한 이유와 그에 대한 책임을 따져야 한다. 항로상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조타수 역할을 입사 4개월차의 20대 3등 항해사에게 맡겼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방향전환을 너무 급격하게 해서 배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하자 현장을 지휘해야 할 선장은 승객들은 내버려둔 채 저 혼자 살자고 서둘러 탈출했다. 무책임의 극치다.
'위기대비 및 사고대응을 위한 각종 매뉴얼은 미비하고, 그나마 있는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가 깨닫게 된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민주화를 실현한 뒤 선진국 문턱을 넘고 있다던 대한민국은 허상이었다.
기초가 허술하면 그 위에 쌓은 모든 것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무책임한 리더십까지 결합된 사회라면 그 구성원 중 누구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선체 속의 에어포켓에서 끈기 있게 버텨온 생존자들을 구해냈다는 낭보가 들려오길 기원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