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지난해 말까지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이명박ㆍ오세훈 시절 대형 토목ㆍ개발 사업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박원순식 '힐링ㆍ소통 시정'에 높은 지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부터 새누리당의 후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안정적 우세에서 박빙 우세로 전환되는 등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최근엔 야권 내에서 "서울마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전하던 박 시장에게 최근 '천군만마'가 나타났다. 타요버스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타요버스 덕분에 박 시장은 어린이들로부터 '타요 시장'이라는 애칭을 얻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그래도 '올빼미버스'(심야버스)로 시민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던 박 시장은 '버스'로만 2연타석 안타를 친 셈이다.
특히 타요버스 성공은 박 시장에게 '창조경제'의 저작권 등록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전매특허처럼 내세웠지만 정체가 모호하고 실적이 없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애니메이션과 대중교통의 융합을 통해 '타요버스'를 탄생시킴으로써 창조경제의 실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보여준 정치인이 됐다.
'타요버스'와 '문재인 지지'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박 시장에게 재선 고지를 넘기 위해 남은 과제는 뭘까? 전문가들은 여당의 개발 공약 공세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당의 유력한 후보인 정몽준 의원 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서는 등 개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경쟁자인 김황식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여당 후보들의 전략에 박 시장은 강-온 양면 전략을 병행하며 맞서고 있다. 박 시장은 한편에선 "보여주기식 대규모 개발 사업은 안한다"는 기존의 소신을 강조하면서 여당 후보들의 개발 공약을 "시대 착오적"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편에선 "필요한 개발은 한다"며 개발을 원하는 민심을 달래고 있다. 과연 박 시장이 이같은 선거 전략으로 '개발 공약'이라는 파고를 넘어 재선의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