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벌어진 일이 이 '명백한 위험'에 대한 생각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바로 북한발 무인기의 잇따른 발견인데, 이로 인해 북한의 도발 위협이라는, 늘 현존해온 재래의 위험에 대한 불안이 다시 높아졌다. 그러나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아직 북한발인지에 대한 확신은 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설령 북한이 '남파'한 것이라고 해도 장난감 수준을 넘지 못한 이 무인기의 허접함도 그렇고 군사력 및 총체적 국방력에서 남한의 압도적 우위를 고려할 때 이런 정도의 도발을 과연 큰 위험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정보기관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소동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험의 실체를 보여준다. 국민들의 투철한 신고정신과 진작활동으로 간첩 신고가 크게 늘고 있지만 '가짜(인 것으로 추정되는)' 간첩을 만드느라 진짜 간첩을 놓치는 그 무능에 '현저한 위험'이 있다. 최고정보기관 수장이 온갖 추문과 과오에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불사(不死)의 신화를 쓰는 동안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 국가기관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는 것에 '즉각적인 위험'이 있다. 법과 제도로 보호받는 권력의 어설픔과 후안무치에, 우리가 공인에게 기대하는 최저한의 수준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고 있는 것에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 "굳게 믿고 위조하면 날조가 아니다"라는 궤변이 버젓이 통용되는 것에, 조잡한 논리로 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에 북한 무인기보다 몇 배나 더 무서운 위험이 있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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