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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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480조.'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다. 국내총생산(GDP)의 34%로 미국(6%)의 다섯배를 웃돈다. 이유는 뭘까? 기업들이 현금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러온 '불확실한 미래' 탓도 있다. 그러나 빚이 없는데도, 돈을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는 기업은 크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재워두었던 현금을 지출할 때"라고 지적한다.
12일 하나대투증권은 '현금의 역설과 기업의 돈 쓰는 법'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제 쌓아둔 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증권사 소재용 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금융기관을 뺀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118조다. 총 자산 대비 5.3%, 시가총액 대비 12%로 사상 최고치다. 어마어마한 돈뭉치가 잠자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돈맥경화'(피가 잘 통하지 않을때 사용하는 용어인 동맥경화에 빗대 자본 흐름이 막혀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소 연구원은 "기업의 지나친 현금성 자산 보유는 재무구조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이전에 성장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가계의 저축이 도를 지나치면 소비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 총저축률은 34%로 투자율(28%)을 크게 앞선다. 그는 "쓰지 않던 현금을 지출하게 되면 국내 경제의 잠재 성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기업 성장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3국 현금보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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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 미국을 보자. S&P500 지수 상장 기업들은 2010년 이후 자본지출을 늘리고 있다. 제 3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던 기업들도 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국은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줘 유턴하게 해, 본국 고용과 자본지출 문제를 해결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쓰고 있다. 소 연구원은 "신흥국에 대한 기업들의 과잉투자로 해외투자 기회비용이 늘어나면서 리쇼어링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수합병(M&A)에도 상당량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의 M&A 금액은 3863억 달러(한화 약 400조 2068억원)다. 글로벌 M&A의 47%다. 건수로는 3000건으로 2002년 이후 최고다. M&A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 국내외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당금은 늘리고 있다. S&P500 기업의 주당 배당금은 36달러로 이 역시 사상 최고다.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미국(33%), 일본(27%), 대만(19%)에 비해 낮은 13% 수준이다. 자사주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2013년 4분기 자사주 규모는 1294억 달러(한화 134조584억원)다. 4분기째 우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장 평가는 우호적이다. 소 연구원은 "영국은 현금을 적게 보유하되 설비투자에 대한 지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주가와 이익이 더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정책적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미국, 일본, 대만과 같은 국가들은 기업의 유보 이익과 현금 보유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2001년 유보소득과세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미국처럼 돈을 쓰게 되면, 주당순자산(BPS) 규모가 낮아져 PBR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돼 국내 증시 재평가가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하나대투증권은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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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5%)등을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현금유보율이 높은 기업으로 꼽았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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