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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빅매물]민영화 수순 '100년 서울시 금고'…우리은행(5)

최종수정 2014.04.12 11:56 기사입력 2014.04.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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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서울시 금고' 아성…작년 순익 4662억
교보생명,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현실화는 미지수
정부, 30% 경영권 매각 후 희망수량 방식 검토

M&A특별취재팀=조영신·박민규·배경환·김철현·이윤재·이창환·임철영 기자


[M&A 빅매물]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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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특성화고 대상 채용 설명회 현장.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환영사를 서둘러 마치고 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오후 서울시 금고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일정에 없던 시 관계자와의 약속이 갑자기 생긴 것. 30여분 뒤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온 이 회장은 "(서울시금고를) 100년을 해왔으니 앞으로 100년은 더 가야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국 이날 우리은행은 연간 26조원대의 서울시 예산을 관리할 금고지기로 다시 선정됐다.
#지난 4월2일 열린 우리금융그룹의 마지막 창립기념일 행사. 이순우 회장은 기념식 대신 계열사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미 우리파이낸셜 등이 둥지를 떠났고,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도 새 주인이 결정된 상태다. 올해 안에 우리은행도 지주와 합쳐져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된다. 이 회장은 이날 "마지막 순간까지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우리은행 민영화는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주일 간격으로 벌어진 이 두 장면은 우리은행이 처해있는 현재의 상반된 상황을 극명히 보여준다.

여전히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 서기 보다는 새 주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의 입장 말이다. 우리은행의 인수합병(M&A) 역사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01년 4월 약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공모 및 블록세일 등으로 일부 지분을 매각해 지난해까지 5조8000억원(회수율 45%)을 회수했고, 현재는 예금보험공사가 56.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합병해 보유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지주사 일괄매각이나 지분 분산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매번 실패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자회사 매각 등 분리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지금까지 지방 은행계열과 증권계열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정부도,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시장에서도, 가장 큰 난관은 우리은행으로 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은 약 6조원에 달하며,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30%만 매각한다고 해도 3조~4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선뜻 인수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은 지급결제 및 금융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핵심채널이기 때문에 엄격한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인수자가 될 수 있고,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매각 프로세스에 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매각 방식을 두고 일괄매각, 분산매각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거듭돼 왔고, 분산매각 안에서도 국민주 형태와 같은 완전 분산매각부터 블록세일, 과점 주주 매각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M&A 빅매물]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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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민영화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투자자, 재무적 투자자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투자자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약 250조원(연결기준)의 총자산을 보유한 은행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4662억원.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과 저성장 및 저금리 기조로 인해 손익이 전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는 기업구조조정 관련 충당금 적립 부담 등으로 손익 감소가 불가피했지만, 철저한 판매관리비 지출 억제를 통해 손익 감소를 최소화했다"며 "올해부터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 부담의 가능성이 적어 정상적인 영업이익 창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은 전국에 지점과 출장소를 더해 총 989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어 KB국민은행 다음으로 많은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고 특히 해외에서는 중국, 홍콩, 미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 현지법인이 진출해 있는 등 방대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왔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금융권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생명보험사 중 최초 은행 진출이라는 타이틀은 물론 생보업계에서 만년 2위권에 머물러 있던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품에 안으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은행 전국 지점을 교보생명의 방카슈랑스 창구로 활용할 경우 영업 시너지도 기대된다. 아울러 보험ㆍ증권에 이어 은행업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사의 위용을 갖춰 금융지주사로 전환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이런 꿈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의 현실적인 방안으로 여러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분산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제안한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 그것이다. 우리은행 지분 30% 이상을 5~10곳의 과점주주에게 분산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으로서는 하나의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우리은행 인수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경영권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인수가 아니라면 단순한 지분 투자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가격이 비싸면 인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 거론된 이후 우리은행 인수에 유보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지분 30% 이상을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먼저 매각한 다음 나머지 지분을 희망수량 경쟁입찰로 파는 방식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교보생명은 지분 30% 이상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인수 의지를 보이면 매각하면 되는데 여러 문제들 때문에 책임을 면하려고만 하면 해결이 안된다"며 "우리은행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 회사를 잘 고르는 것과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 등 경쟁 금융회사가 인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곳이 금융지주 밖에 없고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형 은행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KB의 경우 대형 M&A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과 구조조정 가능성을 이유로 양쪽 노조가 반대하고 있는 점에 미뤄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모펀드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우리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결국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민영화가 지연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산업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고 민영화가 되더라도 그런 역할이 위축되면 안된다고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며 "우리은행 민영화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다른 금융지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115년된 국내 最古 은행
-부침의 역사 함께한 민족銀


우리은행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다.

1899년 1월30일 대한제국의 황실자본과 조선 상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국내 첫 은행 '대한천일은행'이 우리은행의 전신이다. 올해로 115년된 은행인 셈이다.

'대한제국 하늘 아래 첫째가는 은행'이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진 대한천일은행은 고종황제가 황실 자금인 내탕금을 자본금으로 납입했으며, 정부 관료와 조선상인이 주주로 참여한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이자 주식회사로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 지점이 세워진 것은 같은 해 5월. 대한천일은행은 인천과 개성에 잇따라 지점을 개설했다. 대한천일은행은 1907년부터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참여해 모금액을 관리하기도 했고, 독립자금을 관리하는 민족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하지만 1910년 일본이 대한천일은행이라는 이름을 '조선상업은행'으로 바꾸면서 현재의 우리은행으로 이어지는 명칭의 변천사가 시작됐다.

우리은행 역사의 또 다른 큰 줄기인 한일은행의 전신은 '조선신탁주식회사'와 '조선중앙무진주식회사'다. 1932년 설립된 '조선신탁주식회사'는 부동산, 유가증권, 금전 신탁자금 운영 전문 금융회사였으며, 1936년 설립된 '조선중앙무진주식회사'는 서민금융과 소기업금융을 주로 담당했다. 이 두 회사는 해방 후 '한국흥업은행'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고 1960년 '한일은행'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하나가 된 것은 1999년이다.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해 1월4일 합병돼 '한빛은행'으로 거듭났다. 지난 1992년 11월2일 근로자전문은행으로 탄생한 평화은행도 2001년 12월31일 한빛은행과 하나가 됐다.

우리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5월부터다. 당시 한빛은행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거쳐 5월 20일 우리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3개 은행이 하나로 모여 '우리'가 된 것이다.

올해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은 또 다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계획대로 민영화가 진행돼 새 주인이 나타난다면 대한천일은행, 조선상업은행, 한국흥업은행, 한일은행, 한빛은행 등으로 바뀌어 온 우리은행의 명칭사에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지만 국내 첫 은행으로 설립돼 우리 국민과 역사의 부침을 함께 겪으며 성장해 왔다는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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