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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M&A…기업市場'의 재발견

최종수정 2014.04.12 11:57 기사입력 2014.04.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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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꽁꽁 얼어붙어 있던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 봄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왔으나 좀처럼 매기가 없자, 정부가 나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M&A 시장에 풀무질을 하고 있다.
M&A 시장에 나온 기업 수만 줄잡아 30여개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4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M&A 활성화 대책을 마련, 발표한 것은 경제 및 경기침체 악순환을 사전에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부실기업의 양산을 막고,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주인에게 기업을 맡겨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M&A 시장 참여자들 역시 이번 정부의 활성화 대책의 취지를 이해하고 또 그 결과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11회에 걸쳐 국내 M&A 시장에 나온 알짜기업의 현황을 면밀히 살펴 시장참여자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또 M&A 시장참여자들이 전하는 해당 기업의 장단점 및 업종 현황 등 다양한 목소리도 전달할 계획이다.
M&A특별취재팀=조영신·박민규·배경환·김철현·이윤재·이창환·임철영 기자


넘치는 매물, 입질도 안하는 'M&A의 무덤'
이대로 놔두면 대한민국 경제전체 치명타


지난달 28일 오후 서류 가방을 든 말쑥한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맨들이 하나 둘 짝을 지어 서울 합정동 LIG지주 사옥 3층을 찾았다.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 매수자 실무진들이다. 이날 오후 5시 예비입찰서 제출 마감 결과 롯데그룹과 KB금융지주, 동양생명, LB인베스트먼트, IMM프라이빗에쿼티. MBK파트너스, H&Q AP코리아, 자베즈파트너즈, 중국 푸싱그룹 등 9곳이 예비입찰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LIG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올해 국내 M&A 시장이 개화한다. M&A 시장에 큰 장이 활짝 열린 것이다.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한계 상황을 뛰어넘기 위해 자구안으로 내놓은 기업 수만 줄잡아 30여개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40조원에 달할 만큼 대한민국 기업은 현재 세일 중이다.

매물로 나와 있는 대기업은 팬오션과 동부하이텍, 동부제철(인천공장), 동양매직, 동양시멘트, 동양생명,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대우로지스틱스, 쌍용건설, 대한전선, 대우조선해양, 우리은행 등이다.

여기에 공기업 민영화와 기존 부실기업 정리, 사모펀드(PEF) 인수 기업 재매각 등까지 합하면 단군이래 최대 M&A 시장이 형성됐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매물은 넘쳐나지만 선뜻 사겠다는 매수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매수자를 찾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국내 10대그룹 82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477조원에 달하지만 주요 기업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 및 내수경기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돈 가진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계열사 또는 캐시카우(Cash Cow) 자산을 매각, 그룹(기업)의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매도자 입장에서 보면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각이 지연되면 될수록 기업의 가치가 떨어져 제값을 받을 수 없다. 제값을 못받으면 그룹(기업)은 유동성 함정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이는 개별 그룹 또는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 치명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6일 'M&A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를 풀고,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대책으로 M&A 시장에 풀무질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우선 PEF가 규모를 더 키워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제한을 완화했다. 기존에 PEF는 자금의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의결권이 제한됐다.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한앤컴퍼니 등의 PEF들이 이번 규제 완화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PEF가 기업의 지분 이외에 사업부문도 인수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최근 시장에 나온 효성 패키징사업부 등의 매물을 PEF도 인수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외에 PEF가 최대주주인 기업의 기업공개(IPO)도 이번에 허용됐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소 등에서 PEF 상장이 가로막혀 있어 문의조차 없었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PEF가 또 다른 출구를 갖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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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M&A 시장에 진입하는 길도 넓혔다.

원유나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 대량화물의 화주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했다. 매각작업이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STX팬오션과 대우로지스틱스 등의 매각에 대기업 진출의 길을 터준 셈이다.

합병가액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도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상장법인을 인수할 때 합병가액이 기준시가의 10%를 넘을 수 없었다. 대기업이 우량 중소기업을 인수할 경우 통상적으로 프리미엄을 지급하는데, 이 프리미엄의 규모가 주가의 10%로 사실상 제한돼 있었던 것이다.

PFF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M&A 프리미엄으로 주가의 30%를 지급하기도 한다"면서 "규제를 풀면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삼각합병과 삼각분할, 삼각주식교환제도 등 다양한 M&A 방식을 허용한 것도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2003∼2008년 우리나라의 M&A 시장은 연평균 14.8% 성장해 왔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2003∼2013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2% 수준에 그쳤다"며 "M&A 활성화 정책으로 오는 2017년에는 M&A 시장이 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M&A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선 반신반의 하는 분위기다.

우선 우리나라의 PEF가 블랙스톤, KKR 등과 같은 해외의 사모펀드에 비해 리스크관리 등 운용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이 미국이나 영국 등과 비교하면 열악하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다양한 금융기법을 사용해 M&A를 추진하는 해외 PEF와 달리 국내 시장은 활용할 수 있는 '툴'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M&A = 기업사냥'이라는 보편적 사회적 인식이 자금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PEF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PEF의 입장에서는 정부규제가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PEF와 관련 규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 매각을 추진중인 재계 관계자는 "올해 40조원에 달하는 기업 채권이 만기도래한다"며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주인을 찾아 한계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M&A 활성화 대책이 실효를 꼭 거둬야만 하는 이유다.


론스타 징크스…'사냥꾼 먹튀' 막아야

정부가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지 한달이 지났다. 정부의 대책이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M&A 물꼬를 터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자칫 특정 대기업이나 사모펀드(PEF)에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대형 화주의 해운사 인수가 가능해지면서 해운업계마저 대기업에 잠식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이번 M&A 활성화 방안으로 포스코나 현대제철, GS칼텍스 등 대기업들이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 해운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유동성 악화로 사업부문 및 계열사 등 자산 매각에 나선 상황에서 업계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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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관계자는 "결국 M&A 활성화는 돈이 있는 곳에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위기에 처한 해운업계를 살리자고 특정 대기업에 해운사들을 넘긴다면 중소 선사들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PEF가 성장하려면 정부의 육성책보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PEF 업계 관계자는 "PEF에 들어오는 돈은 대부분 국민연금에서 나오는데 외국에 비해 수수료가 너무 적다"며 "투자를 하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인데 한국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풍토가 강하다 보니 PEF가 성장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PEF 시장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상당수 PEF들이 제대로된 운용체계를 갖추지 못 하고 있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PEF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PEF시장은 앞으로도 커질텐 데 결국은 몇 사람이 너무 많은 돈을 움직인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나올 것"이라며 "PEF에 돈을 주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체계도 갖춰져 있고 타깃(투자 대상)도 좁혀져 있는 곳에 신뢰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실수요와 동떨어진 일부 방안들은 예상 밖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PEF가 최대주주인 기업의 상장을 허용한 게 대표적이다. PEF의 경우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매각을 통해 출구전략을 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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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PEF가 최대주주인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은 업계 내부에서도 '너무 갔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작정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단기 수익을 쫓는 PEF의 특성상 상장으로 자금을 끌어모은 뒤 다시 상장폐지를 통해 기업을 공중분해 시키는 방식으로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사회가 론스타 '먹튀'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된 바 있다"며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이 자칫 국내 알짜기업의 해외 매각 또는 외국계 자본의 국내 핵심 산업 장악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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