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이 코앞인 시점이라면 통합 신당 지지율은 축제 분위기 속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가야 마땅할 것이다. 야권이 하나로, 그것도 '새정치' 포장 아래 합치는 것이니 그 시너지 효과가 오죽 크겠는가. 하지만 웬일인지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되레 내리막이다. 통합 선언 직후 지방선거 승리를 장담하며 환호작약하던 기세가 쏙 들어갔다.
통합 과정에서 드러난 양측의 불협화음이 원인이다. 선언 이후 양측은 '당 대 당 통합'이냐 '민주당으로의 흡수 통합'이냐를 놓고 기싸움으로 일주일을 허비했다. 심각한 노선 충돌도 있었다. 안 의원 측이 6ㆍ15 및 10ㆍ4선언, 5ㆍ18 민주화 운동 등을 제외한 정강ㆍ정책을 제안해 민주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봉합은 했지만 역사인식 논란, 복지 및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우클릭 논쟁 등으로 통합의 빛이 상당 부분 바랬다.
악재는 또 있다.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국정자문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문재인 의원 퇴진'을 촉구했다. 지난 대선 당시 '아름다운 단일화'가 실패한 것은 문 의원 캠프가 안 의원 캠프의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위야 어떻든 이 역시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세력 다툼으로 비쳐졌다. 실망한 지지층이 등을 돌릴 밖에.
두루 사정을 보면 '안철수 효과'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상태였다. 통합 신당의 지지도가 오르려면 안철수 새정치가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게 영 아닌 것이다. '안철수 효과'의 확장성에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독자 창당한다더니, 야권 연대는 없다더니, '기초선거 무공천' 하나를 명분으로 민주당과 '통합 새정치'를 선언했다. 잇단 말 뒤집기에 새정치는 탈색했고, 민주당과 합치는 데 불만을 가진 무당파 중도층이 일부 돌아섰다.
특히 "실무진의 착오였지 제 생각이 아니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냈다.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한 지지자들에게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겼다. 안 의원은 어제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통합 신당 창당은 낡은 정치의 종말이고 미래로 가는 새 체제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공허한 수사로 들린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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