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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자유학기제, 아직 설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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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00여곳서 시행···학생주도 토론수업 집중도는 좋지만 노는 시간으로 인식하기도…교과과정 연계성과 함께 현장중심 프로그램 만들어야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현 정부의 교육 정책 중 가장 획기적인 시도로 불리는 '자유학기제'가 올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그 성과에 대한 현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는 자유학기제의 시범실시 결과 인성·진로 교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미처 준비가 안 된 채 시행되고 있는 데 따른 혼란과 시행착오도 적잖다는 것이다.

◆정책 취지엔 대부분 공감= 자유학기제는 점차 확대돼 올해는 전국 중학교의 20%인 800여개교에서 실시된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행의지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에도 자유학기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범정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유학기제는 2016년 전국 모든 중학교에 도입된다.
지난해 자유학기제가 시범 실시된 학교의 관계자와 학생들은 학력 위주에서 인성·진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전환한다는 자유학기제의 기본 취지에 대체로 공감했다. 구교정 인천 영종중학교 교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가 세계 최하위에 머무는데, 자유학기제 기간에 학생들의 집중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지필평가가 없는 대신 각종 보고서와 수행평가로 학생 부담이 가중됐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객관식에만 익숙해진 학생들이 참여형 수업을 통해 토론·발표 능력을 기르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며 "자유학기제 시행 초기에는 발표하라고 하면 쭈뼛쭈뼛했던 학생들이 지금은 편안하게 잘한다"고 말했다.

◆참여형 수업의 명과 암= 자유학기제를 마치고 올해 2학년에 올라간 차모(14)양은 자유학기제의 효과와 부담을 동시에 토로했다. 차양은 "가령 과학시간에 열 관련 수업을 하면 양은냄비와 뚝배기를 이용해 라면을 끓여보며 열 전도율을 비교한다"고 설명하며 "학생 주도의 수업이니 지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필시험을 안 본다는 이유로 편하게 노는 시간으로 인식하는 친구들도 없진 않았다"고 말했다.

교과수업 단절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장모(14)군은 "막상 2학년에 올라오니 아무래도 성적이 걱정"이라며 "실제로 이번 학기 방과후학교 신청률이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더하다. 올해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4)씨는 "갑자기 시험을 안 본다니 좀 막연하다"며 "사교육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속성'과 '프로그램' 문제= 자유학기제를 높이 평가하는 의견이나 다소 무리라고 보는 입장이나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연속성'이다. 차양은 "막 적응할 때쯤 끝난 느낌"이라며 "한 학기 하고 끝내는 것보다 교과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매년 연계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교사 역시 "몇 달 걸려 겨우 토론문화를 만들어놨는데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공통적이었다. 지난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에는 대학교수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지원됐으나 현장의 교사들은 이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직접 영상을 찍어 이미지를 편집하는 수업의 경우, 학교에 해당 편집프로그램이 구비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연구비를 주고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도록 하는 게 '현장 맞춤형'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자유학기제를 신청한 서울 소재 중학교의 이모(40) 교사는 "정부에서 프로그램 모델을 내려보내지만 기존 교사들이 전문성 있게 지도하기는 힘든 수준"이라며 "한 학교에 3000만원가량 지원한다는데, 외부 강사를 채용하면 시간당 최소 3만원을 지급해도 지원비의 3분의 2 이상(프로그램 10개, 주당 4시간씩×17주)이 강사료로 들어가버린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자유학기제 운영 시범교(42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했다'는 항목의 경우 사전 3.30점(만점 4.0)에서 사후 3.98으로, '여러 가지 진로를 탐색할 수 있었다'는 항목은 사전 3.36점에서 사후 3.87점으로 올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했다'는 항목은 3.12점에서 3.35점으로 상대적으로 변화폭이 작았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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