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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글로벌 산업전쟁…굼뜨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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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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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최첨단 산업올림픽이 개막했다. 지난달 24~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 세계 최대 규모 이동통신 산업 전시회로 '모바일 올림픽'으로 불린다. '다음 세대를 창조하라'는 기치 아래 세계적 기업들이 몰렸다.

관전 포인트는 '스마트폰이 어디까지 진화하느냐'와 '웨어러블(입는) 기기 시대는 오는가'였다. 스마트폰의 진화는 한계를 보이는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는 더욱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을 뽐냈다.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는 심장 박동 센서를 탑재한 스마트폰 갤럭시S5와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 '기어 피트'를 공개했다. 여전히 앞서 갔지만 깜짝 놀랄 만한 혁신은 없었다.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의 도약이 돋보였다. 화웨이는 손목에 차는 헬스케어용 기기 '토크밴드'와 7인치 패블릿 등 신작 5개를 쏟아냈다. 패블릿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중간 제품, 토크밴드는 스마트워치와 팔찌를 합친 웨어러블 기기다.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2010~2013년 스마트폰의 개척자 애플과 날쌘 추적자 삼성전자ㆍLG전자 등이 '1차 대전'을 벌였다면 올해 화웨이ㆍ레노버ㆍZTEㆍ샤오미ㆍ쿨패드 등 '차이나 5인방'이 본격적으로 가세해 '2차 대전'에 돌입했다. 1차 대전 와중에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업체 핀란드 노키아와 미국 모토로라가 고꾸라졌다. 2차 대전에선 누가 피눈물을 흘릴지 모른다.

세계 각국이 수출을 많이 하려고 기를 쓰는데 다른 나라보다 앞선 산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이 많아야 무역에서 유리하고 관련 산업도 발달한다. 기술과 산업이 다른 나라보다 앞서기는커녕 따라가는 데에도 굼뜨면 기업이 쓰러지고 국가적으로 무역적자가 커지고 빚더미에 앉아 어려워진다.

전자 명가로 통하던 소니 등 일본 전자 업체들이 '우리가 최고'라며 세계적 흐름을 도외시한 대가는 컸다. 스마트폰에서 일본 업체들의 존재감이 미약하자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카메라도 외면 당했다. 반도체와 다른 정보기술(IT)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스마트기기 등 IT 분야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리도 자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선과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 등이 앞서 있지만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IT와 모바일 분야에서도 차이나 5인방이 세계 최대인 자국 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노린다. 더 이상 낮은 가격만 내세우지 않는다. 품질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화웨이는 MWC 2014 광고에서 경쟁 상대를 자극했다. 스마트폰으로 음성 검색을 하던 남자가 찬사를 보내며 "과일(Fruit) 또는 어떤 노래(Some Song)인가?"라고 묻자 "화웨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과일은 애플, 어떤 노래는 삼성을 가리킴을 금방 알 수 있다. 도발적이다. 동시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글로벌 산업전쟁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싸우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만 외쳐선 공허하다. 내수 활성화와 창업 열기를 북돋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문을 여는 식이어선 우리끼리 물고 뜯는 싸움에 그치고 만다. 관건은 어떤 기술로 무슨 산업을 일궈 국가간 비교우위를 확보하느냐다. 기업들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도 쓰잘머리 없는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굼뜨면 잡아먹힌다.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는 중국을 얕잡아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자원은 물론 기술도, 자본도 부족했던 우리가 산업을 일으켜 선진국을 따라잡은 도전과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하자.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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