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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유해하다고 ?"‥부정적 이미지 개선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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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당신, 얼마 전 호텔에서 나오는 거 봤어 !", "요즘 그 사람 호텔 드나들어."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이라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변명해 봐야 소용 없다. 호텔을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 때문이다. 여전히 '호텔'에 대한 이미지는 '유흥', '오락, '탈선' 등 부정적인 편이다. TV드라마 영화에서조차 퇴폐나 이권, 폭력 다툼의 온상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이런 시선은 호텔에 대한 사회문화적 가치를 혼돈케 하거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 호텔, 문화·역사로서의 공간=특히 우리 사회는 '호텔'에 대해 낭만적이고 고급스럽지만 웬지 은밀하면서도 퇴폐스러움을 연상하는 등 왜곡된 시선에 갇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호텔에 내재된 산업·역사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사례가 웨스틴 조선호텔이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호텔'은 명동, 서울시청, 광화문 등과도 가까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서울 지하철 1호선시청역이나 명동 지하상가와도 직통으로 연결된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대불호텔(1888년 건립, 1978년 철거) 손탁호텔(1902년 건립, 1922년 철거)에 이어 세번째로 세워진 호텔(1914년)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근대호텔이다. 당시 지하 1∼지상 3층으로 건립돼 최초로 1층에 피아노를 갖춘 음악실, 아이스크림 판매점이 개설되고, 근대 음악회가 열렸다.또 '수직열차'로 불려진 최초의 엘리베이터 설치, 사교춤 추는 장소인 '불룸'에서 열린 댄스파티 등으로 서구문화 유입 창구 역할을 했다.

본래 호텔 자리에는 원구단(조선시대 하늘에 제사 지내던 둥근 제단)이 자리해 있었으며 설계자는 독일 건축가 '게오르크 데 랄란데'가 맡았다. 일제 시대엔 조선총독부 영빈관 구실을 했다. 해방 이후엔 미군청이 설치됐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귀국 후 집무실로도 썼다. 지난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 시 북한대표가 묵었다. 1층엔 서재필룸도 있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근대 문화유산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지금도 서울을 방문하는 수많은 해외 정상과 비즈니스맨들이 즐겨 찾는다.
'호텔' 건립 여부를 놓고 도심 곳곳이 아수라장이다. 찬반 대결도 거세다. 이같은 갈등은 호텔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특히 호텔은 '청소년 교육 환경 유해시설'로 규정돼 있어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부채질한다.

◇ 학교보건법, 규제 완화 목소리 거세=이에 따라 외래관광객 1200만명 시대를 맞아 산업적 이해와 교육적 가치가 충돌을 빚으면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대한항공이 지난 2008년부터 추진중인 서울 경복궁 옆 인근(부지 3만6600㎡ 규모) 7성급 한옥호텔 건립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 하고 있다. 여지껏 주변 학교의 학습권 침해 및 대기업 특혜 시비에 휘말려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초ㆍ중ㆍ고등학교 정화구역에서 호텔사업 신청건수는 총 190건. 이 중 58건이 승인받지 못 했다. 승인받지 못 한 58건 가운데 32건( 행정심판 제기 6건, 사업계획 변경 21건, 기존 계획 재심의 5건)이 호텔 건립을 재추진 중이며 26건은 아예 사업계획을 취소했다. 서울중부교육청의 경우 관광호텔ㆍ유스호스텔 35곳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으나 16곳이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호텔 사업자들은 "서울에서 200m 이내에 학교 한두군데 이상 안 걸리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에 대해서는 교육당국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토로한다.

유럽 각국의 경우 주요 도시마다 유서 깊은 호텔들이 도시 명소로, 건축ㆍ예술ㆍ지역문화적 가치를 뽐낸다. 작은 호텔들마저 고유의 내력과 도시 정체성을 간직해오며 오랫동안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경우도 흔하다.

영국에서는 매년 9월 실시하는 '오픈 하우스 런던' 행사가 열린다. 이 기간동안 호텔들도 내부 공간까지 무료로 개방, 일반인이 맘껏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오픈 하우스 런던'은 호텔에 대한 영국인의 건축적ㆍ예술적 자부심을 표현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또한 학습권을 이유로 호텔 건립이 막혀 있지도 않다.

런던의 주요 철도역 중 하나인 킹크로스역 건너편 아가일초등학교는 센트럴 호텔 런던과 아예 붙어 있고, 뒷편 10m 거리엔 글로브호텔, 학교 반경 50m 이내에는 프린세스호텔, 알함브라호텔, 아폴로호텔, 페어웨이호텔 등 20여개의 호텔로 둘러싸여 있다. 킹크로스역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등장, 영화 상영 이래 매년 수십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 유해시설 적용, 이중 잣대도 문제=이처럼 초등학교가 호텔에 포위돼 있다는 것은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있어 호텔은 청소년교육환경 유해시설일 뿐이다. 지난해 12월 경기 용인시가 풍덕천 지역에 관광호텔 건립을 승인하자 주민과 아파트연합회 등은 시청으로 몰려가 청소년 교육환경에 저해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앞서 9월 수원지방법원은 "호텔이 들어서는 쪽에서 학교가 보이지 않으므로 교육 환경에 큰 저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같이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충돌은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호텔을 지으려면 학교보건법 상 학교 경계선 200m 이내, 즉 학교환경 위생제한구역에선 관할교육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호텔은 게임장, 노래연습장, 무도장, 단란주점 등과 같이 청소년 유해시설로 분류돼 있어 신축이 어렵다. 호텔산업계가 "호텔을 퇴폐 온상 취급한다"고 불멘 소리를 하는 이유도 오랫동안 법적 규제에 시달린 탓이다.

학교 유해시설 적용에 대한 교육 당국의 이중적 잣대는 학교 유해시설 규제의 허구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지난해 4월 서울남부교육청은 학교에서 139m 떨어진 영등포구 양평동 5가 관광호텔 건립 건은 불허한 반면 90m 떨어진 구로구 오류동 단란주점에 대해서는 승인했다. 서울중부교육청의 경우 효제초등학교로부터 67m 떨어진 유흥주점과 교동초등학교와 78m 떨어진 종로구 익선동여관은 승인했다. 그러나 광희초등학교로부터 108m 떨어진 중구 흥인동 관광호텔은 불허하는 등 유해시설 간 승인 기준이 모호한 상태다.

◇ 산업적 이해와 교육 환경과의 조화 '절실'=외래 관광객은 2009년 781만7533명으로 2008년 대비 13.5%(689만841명) 증가한데 이어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12.5%(879만7658명), 11.3%(979만4796명) 늘었다. 2012년엔 13.7%(1114만28만)나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9% 늘어난 1210만명을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은 오는 2016년 1430만 명, 2020년에는 지금보다 2배가 늘어난 2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추세라면 그다지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는 아니다.

유엔관광기구(UNWTO)의 전망치도 긍정적이다. 전망치를 살펴 보면 오는 2020년 아시아지역은 유럽을 제치고 전세계 관광수요의 16∼17%를 점유하는 '세계최대의 관광권역'으로 부상한다. 국가ㆍ권역별로도 호황기를 맞는 셈이다.

권태일 박사(한국문화관광연구원)는 "지난 2009년 이후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은 연평균 12% 가량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호텔 객실 수는 연평균 3.5% 내외로 저조한 편"이라며 "객실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협의조정기구 등 조정기능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따라서 산업과 공익의 조화, 호텔산업에 대한 이해 및 이미지 개선, 꾸준한 규제 완화 등이 요구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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