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글씨·공감 가는 일상적인 주제로 진정성 전달…“디지털 거부 아닌 문제의식을 통한 오프라인과의 만남”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지난 세기의 의사표현 수단쯤으로 여겨졌던 대자보가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생과 직장인들 사이로 확산되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은 가히 ‘대자보의 부활’이라고 볼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SNS와 인터넷 댓글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개인의 이름을 걸고 자필로 대자보를 써 대학가 게시판 등에 붙이고 있는 것이다.
활자를 기피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댓글을 쓰는 것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왜 낡은 의사표현 방식인 대자보에 호응하고 직접 참여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진정성'을 그 이유로 꼽는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자필로 글을 쓰게 되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아니라 필자의 감정과 의도가 더욱 진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교수는 “아날로그적 형식이라 조작이나 오염의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신뢰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피상적인 소통과 관계 속에서 대학생들이 자필 대자보를 통해 ‘안녕하십니까’라는 안부를 묻고 진심이 묻어나는 소통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대자보 확산의 또 다른 이유로 개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들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해도 취업을 못할 것 같아 안녕치 못하다’, ‘등록금은 비싼데 아르바이트를 해도 감당도 안된다’, ‘현실에 무관심했던 내가 창피했다’ 등의 개인적인 토로와 고백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일상적 언어로 소통의 운을 뗀 점도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자보 열풍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의사표현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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