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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증권 노사, 아름다운 동행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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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노조는 임금을 사측에 백지위임하고 경영진은 고용을 보장하는데 합의했다.(중략) 협력적 노사 관계로 불황과 위기를 돌파해내는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산업 각계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노사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기업 상생 사례를 전하는 언론보도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미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골든브릿지증권이 1년 7개월 초장기 파업 끝에 영업직 성과연동 연봉제 및 관리직 수당 연봉제 도입에 합의했다.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치켜세울 수준은 아니지만 눈길을 모으는 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올해 금융투자업계는 사상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대형증권사의 수익성은 급감했고 중소형 증권사 몇 곳은 자기자본을 까먹으며 영업권(라이선스) 반납을 고민해야할 정도다. 임직원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최고경영자(CEO)는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다.

증권사 CEO를 역임했던 A씨는 "증시 불황이 2010년부터 본격화됐는데 통상 4년 주기로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증권사가 그나마 버텨온 점을 감안할 때 올해가 임계치"라며 "주식시장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적지 않은 업체들이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노사가 '솔로몬의 지혜'를 찾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적 발표 때마다 대규모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B증권사의 경우 노조의 위세 앞에서 직원 구조조정은 커녕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문제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C증권사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의 감원방안 동의 요청에 잠적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각종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한 증권사 간부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단체협약에 조합원 감원 및 감봉에 노조의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반면 성과급 지급에 있어서는 수익에 따른 일정비율이라는 시장 논리를 적용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특성상 노조라는 장치가 증권사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일선에서 활동하는 증권사 직원 개개인이 일종의 독립사업자 개념이 강한데, 노조라는 울타리가 적절하냐는 것이다. 활황기에 몸값을 올려 직장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직원들이 불황기에 고용 안정, 임금 보장을 외치는 것은 경영진 입장에서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증권업계 모 관계자는 "사실 증권사의 경우 여타 금융권보다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도 그에 걸맞게 유연해야 한다"며 "시장이 죽어있는데 활황기에 걸맞는 볼륨을 유지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장치는 모두를 나락에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해서 증권사간 인수합병(M&A) 등 대대적인 구조 변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노조 무용론 또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경영진 마인드가 '대마불사'를 표방한 일방통행식 의사표출이기 때문이다. 척박한 영업환경에서 민감해진 노사가 서로를 향한 폭주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노사가 한발씩 물러나 작은 성과를 도출해 낸 골든브릿지증권의 사례가 의미가 있어 보이는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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