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갈등 현장에서 나타난 대조적인 두 모습이다. 한 쪽은 성공적인 갈등 해소가 이뤄진 반면 다른 한쪽은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져가는 등 전혀 다른 양상이다.
우선 서울시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주요 갈등 현안을 비교적 잘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지하철노조와의 갈등만 해도 철도 파업과 연계돼 만약 파업에 돌입했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워지고 있는 대중교통망에 큰 충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는 지하철노조를 설득해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얻어내는 대신 일정부분 손실 임금을 보전해주는 식으로 타협에 성공했다. 또 지난 8월말 120다산콜센터노조의 파업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승차거부 등 서비스 불만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지난 10월 택시 요금 인상도 비교적 성공적인 갈등 조정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정부는 쌍용차 해고자 문제, 밀양 송전탑 사태, 철도 파업 등 커다란 갈등 현안을 맞아 '불통'을 지적받으며 갈등 해소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으로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양 측의 이같은 차이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양 측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발휘하고 있는 소통 리더십의 차이와 현장과의 소통 여부, 갈등 해소 시스템 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박 시장이 직접 갈등 현장을 다니면서 당사자들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갈등 해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에 2~3일씩 캠프를 차리고 상주하면서 갈등이 있는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애로점을 경청했다. 각종 사고로 인한 유족과의 협상 과정에선 전담 기술 부서가 아니라 복지 관련 부서에 협상권을 줘 피해자의 보상을 '비용'이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게 했다.
또 지난 1월 출범한 '서울시 갈등관리심의위원회' 등 갈등 해소 시스템의 강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시가 지난해 9월 제정 공포한 '서울시 공공갈등 예방 및 조정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 자문기구다.
갈등 사안이 발생한 이후에야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정책 시행 과정에서부터 갈등 사전 예방에 나선 것이다. 시는 또 전국 최초로 다양한 갈등 양상을 분석하는 '공공갈등 진단표'를 개발해 님비현상으로 빚어지는 혐오시설 건설, 뉴타운 재개발, 각종 환경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문제 해결을 꾀하고 있다.
측근에 포진한 현장 전문가ㆍ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을 직접 동원해 이해관계자들과 밀접히 소통할 수 있는 것도 박 시장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이번 지하철 노사 협상이 타결된 이면에는 민주노총 정책국장 출신인 주진우 시장 정책특보 등 박 시장 주변의 노동계 출신 인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뒷받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청와대에는 갈등 해소의 전문가나 현장ㆍ시민사회단체 인사가 거의 없다. 갈등해소를 위해 국민대통합위원회가 구성돼 있으나 지난 1년간 한 일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현재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면 나쁜 사람으로 규정해 대화를 안 하고 공권력을 동원하려는 전형적인 권위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방식은 지금의 시대에는 더 큰 반발만 불러 일으킬 뿐 갈등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현장과의 직접 대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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