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의 '똥개의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 중에서
■ 삶에는 이런 일이 있다. 늘 보던 개이지만, 우연히 눈이 딱 마주쳐 잠깐 서로를 깊이 들여다보는 때. 개의 눈 속에 각막과 수정체와 망막이 맑은 원을 그리며 중심으로 들어간다. 그 중심에는 봉투를 들고 바바리를 입은 내 전신이 들어가 있다. 내 각막과 수정체와 망막의 파문에는 개 한 마리가 들어앉아 있으리라. 응시(凝視)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랍고 신비하다. 한 생애를 서로의 눈 속에 넣고 바라보는 일. 서로의 전모를 들키는 일. 개와 사람이 서로에게 이토록 유일한 대상으로 얽혀드니, 생의 바깥에서 우리가 만난 것 같기도 하다는, 인연설(因緣說)이 감돈다. 하지만 잠깐일 뿐, 미묘한 기억 따윈 훅 하니 사라지고 개는 개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간다. 이런 겉도는 생을 살다가, 전봇대에 붙은 상가(喪家)의 주인공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똥개는 내게 무엇이었나. 그 짧고 특별한 사랑은 내게 무엇이었나.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