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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中企의 '피터팬 증후군' 치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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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여덟 살 안될래." 요즘 일곱 살 아들이 입에 달고 사는 얘기다. 초등학교 입학을 3개월여 남겨놓고 급한 마음에 윽박지르며 한글 공부를 시킨 탓이다. "받아쓰기 틀리면 선생님께 혼난다"며 잔뜩 겁을 주자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날만 손꼽았던 아들 녀석은 "여덟 살 안될래요"라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뒤늦게 "초등학생 되면 좋은 것도 있다"는 말을 건넸지만 소용없다. 이미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신분(?)이 다름을 깨닫고 초등학생이 되길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여덟 살이 안 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그 모습에 문득 '피터팬 증후군'을 이럴 때 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덟 살 되기를 거부하는 아들 녀석처럼, 피터팬 증후군은 육체적으로는 성숙해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이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심리를 의미한다. 요즘에는 중소기업들이 일부러 고용과 매출을 늘리지 않는 현상을 설명할 때도 이를 사용한다. 그동안 중기를 벗어나면 법인세율 차등 지원, 특별 세액감면 등 70여 가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공공시장 참여 제한 등 각종 규제에 당면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기들 사이에서 아예 성장을 거부하며 중기로 남아있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확산됐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월 말 출범 당시 피터팬 증후군을 없애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결과였다.
하지만 9개월 만에 상황은 뒤바뀌었다. 피터팬 증후군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중기 범위 개편안이 되레 이를 조장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원사 중에는 "1500억원이었던 중소기업 매출액 상한 기준을 800억원 이하로 낮추려는 것은 4000개 중견기업 육성 목표의 달성을 위한 고육지책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박근혜정부와 보조를 같이했던 중소기업계, 특히 중기중앙회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불투명한 경제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중기를 졸업하게 되면 산업현장에서 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의 막대한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배경이 되고 있다. 김한표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중기 관련 지원예산은 10조867억원에 달한다. 만약 중기청이 제시한 방안대로 범위가 축소되면 1302개(중기중앙회 추정)의 중기들은 이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이 중에는 김기문 로만손 회장과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 등 중기중앙회 회장단도 포함된다. 반면 소상공인ㆍ소기업은 중기 범위 축소로 각종 지원을 자신들로 한정할 수 있다며 내심 반기는 눈치다. 중견기업계는 중기 범위 축소 및 확대시 대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바쁘다.

중기 범위 재산정을 놓고 관련 단체들의 속내가 이처럼 복잡한 것은 정부가 그간 성장보다는 보호를 중심으로 중기 정책을 펼친 데 따른 부작용일 수도 있다. 이런 식이라면 37년 만에 중기 범위를 재조정해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제대로 된 발을 떼기도 전에 좌초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업종별 규모와 입장에 따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보호 중심의 정책을 성장 지원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러다간 중기의 고질병인 피터팬 증후군을 영원히 치료할 수 없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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