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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밀실협상 TPP, 좀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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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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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해온 정부가 지난 15일 이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토론된 내용 이전에 배경이 뭔지에 관심이 쏠린다. TPP 참가를 조만간 공식화하기 위한 수순밟기에 나선 걸까? 전후 상황상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우선 TPP 협상을 주도하는 미국이 부쩍 서두르고 있다. 지난주부터 일본 등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선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TPP 조기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아시아 순방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미국과 아시아의 공동성장에 TPP가 지닌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TPP 협상의 연내타결에 대한 미련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듯하다.
이번 공청회의 석연찮은 개최과정도 배후의도를 살피게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목하는 이도 별로 없는 관보의 지난달 31일자에 슬그머니 공청회 개최 사실을 공고했다. 한 신문이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자 공청회 나흘 전인 이달 11일에야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왜 그랬을까? 사회적 주목을 피해 조용히 공청회를 치르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공청회는 통상절차법(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통상협상의 사전 절차임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숨기지 않는다. 통상절차법은 정부가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하려면 그 전에 반드시 이해관계자와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청회 당일 농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행사장에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정부로서는 공청회를 열었으니 TPP 가입 추진 공식화에 필요한 첫 번째 법정조건은 충족시킨 셈이다.

우리나라가 참가하지 않은 그동안의 TPP 협상이 밀실에서 진행됐듯이, 앞으로 우리 정부의 TPP 참가 추진도 밀실에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안 할 수 없다. TPP 협상은 전형적인 밀실협상이다. 협정문 초안은 12개 협상참가국 관리들에게만 회람됐고, 미국 의회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접근이 가능하다.
지난 13일 위키리크스가 지적재산권 챕터의 초안을 입수해 인터넷에 공개함으로써 협정문 초안 중 유일하게 이것만은 일반 대중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이것을 보고 분개한 로렌스 레식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등 관련 분야 학자 80여명이 이튿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의원들에게 긴급서한을 보냈다. 그들은 협정 초안 내용이 어떻든 간에 당장 밀실협상부터 중단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협상절차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밀실협상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곁들였다. 이 긴급서한은 인터넷(infojustice.org)에 전문이 게시돼 있으니, 우리 정부 관리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TPP 참가를 유보하면서 이것과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TPP와 RCEP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에서 논의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라는 큰 강의 지류'라는 정도의 원론적 입장 표명을 넘어서는 발언을 삼가왔다.

당분간 그런 정도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TPP 참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아직 이르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차피 TPP에 참가할 것이면 협상단계에서 일찍 참가하는 것이 협상비용도 적게 들고 경제효과도 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 FTA가 이미 체결돼 있는 마당에 TPP를 통해 추가로 얻을 이득이 커봐야 얼마나 클까. 그 전에 협정 초안의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 이해득실 계산을 추측만으로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주명 논설위원 cm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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