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헬기가 홍실아파트에서 아이파크 방향으로 직진해서 들이받았다. 당시에 102동 절반 이상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심각했다. 사람이 많이 죽을 줄 알았다" (김용정 봉은중학교 교사)
16일 오전 8시54분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102동에 LG전자의 HL929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헬기를 운전하던 LG전자 항공운항팀 소속 기장 박인규(58)씨와 부기장 고종진(37)씨가 건대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헬기는 앞부분과 꼬리부분이 파손돼 반토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전주 공장으로 가려던 이 헬기는 잠실로 임직원을 태우러 가는 도중 사고를 당했다. 12시 현재 사고 현장에는 현장감식반이 출동했다. 경찰들이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조사원 외에는 진입을 막고 있다.
이 사고의 목격자인 봉은중학교 교사 김용정(46)씨는 "보통은 한강을 따라 군부대에서 헬기 훈련을 자주하는데 안개가 심해 이곳 지리를 모르면 충분히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홍실아파트랑 아이파크 중간지점에서 잠시 제동을 걸려고 하는듯 하더니 직진해서 들이받았는데 마치 영화 911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인근 경기고등학교에서 야구를 하던 동네 주민은 "헬기가 지나간다는 걸 소리로만 알았고 시야에는 전혀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헬기가 충돌하는 과정에서는 삼성 아이파크와 인접한 홍실아파트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로 큰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홍실아파트 경비원인 왕영일(66)씨는 "진동이 커서 근처에 있는 아파트들까지 느낄 정도였고 쾅하는 소리까지 들렸다"고 생생하게 설명했다.
외벽 파손 등의 피해를 입은 아파트 동 입주민 32명은 오크우드호텔과 인터콘티넨탈호텔로 임시로 거처를 옮겼다. 101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지방에 있다가 사고소식을 듣고 급히 올라왔다"며 "주민들 20여명은 오크우드호텔로 대피했고 놀란 주민 한 명이 병원에 갔다가 퇴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사고 건물의 구조상 위험은 없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본 다음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고가 난 가구에는 임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관리사무소를 찾아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정 회장은 이 아파트 101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에는 재계 고위임원, 연예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고급 아파트인 이곳은 평소에도 외부인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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