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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사랑] ① 국내 첫 '동성결혼' 법정싸움…합법화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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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1. 금지된 사랑 - 동성결혼

[금지된 사랑] ① 국내 첫 '동성결혼' 법정싸움…합법화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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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라지만 남들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아직도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것은 곧 틀린 것'이라는 분위기에 함몰돼 일순간 '이단아' 취급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다수가 아닌 소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되짚어 본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행복을 추구할 권리, 평등하게 살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 성 정체성에 따라 이성애자는 되고, 동성애자는 안 되는 것은 근거가 없다. 결혼 역시 동성애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결혼은 개인 간의 결합이면서 가족의 결합이고, 결혼을 통해 각종 경제사회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주어진다."(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인권 보장'의 측면에서 시기상조란 없다. 동성결혼 법제화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주장은 '시각 장애인들이 밖에 잘 나오지도 않는데 왜 점자블록을 설치하느냐'는 말과 똑같다.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시기상조란 없듯 성적 지향이 다른 것에 불과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시기상조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가람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동성결혼 합법화' 국내 첫 소송 절차는

이달 초 9년간 교제한 동성 파트너와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은 "혼인신고서 제출 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변호인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혼인신고서가 구청에서 불수리 처분될 경우 헌법소원까지 불사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를 대비해 몇몇 성 소수자 커플들을 소송의 참고인 자격으로 세우기 위한 계획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혼인신고서를 접수하게 될 서대문구청은 서울서부지방법원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서부지법 역시 자체적으로 이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일단 혼인신고서 접수를 한 후 검토를 하고 서부지법과 상의를 거쳐 수리 또는 불수리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며 "동성 간의 혼인이기 때문에 불수리 처분될 확률이 높지만 법률상으로 '이성끼리만 결혼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어 법원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혼인신고서가 불수리될 경우 가족관계등록법상으로 가정법원(서부지법)에 불복신청을 할 수 있다. 또한 불복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함으로써 헌법소송으로 나아가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동성 간의 결혼을 법률상으로 허용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 제도적 공백 상태이기 때문에 '혼인'의 법적 개념이 소송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혼인신고서를 불수리 처분한 사유가 소송의 성격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미 '남편'과 '아내'로 작성란이 분류된 혼인신청서를 써야 하는 만큼 김조 감독 커플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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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동성애 인정에 보수적', 동성결혼 합법화 가능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동성결혼 합법화 국가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10년 전 사례이긴 하지만 이미 2004년 게이커플 혼인신고 불수리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들은 공개결혼식을 올리고 은평구청에 찾아가 혼인신고서를 냈으나 "법원의 유권해석을 받아 본 결과, 우리나라에서 혼인신고는 남녀 간 결혼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적법한 혼인신고로 수리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후 법률적 대응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판례를 봐도 우리나라 법원은 동성 간의 결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2004년 인천지방법원은 20여년간 같이 살아 온 여성 간의 '사실혼관계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우리 사회의 혼인이라 함은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하는 남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의미한다"고 전제하고 "동성 간의 동거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혼인 중인 성 전환자에 대해 성별을 바꾸는 성별정정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를 허용하면 자연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동성애 조장을 이유로 포괄적차별금지에 대한 법률 제정이 수차례 실패했는데, 이보다 동성애자의 권리 보장을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게 많다.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측은 "성 윤리는 사람의 생각이나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도덕규범"이라고 강조하며 "동성애는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결혼율의 감소, 저출산 문제, 에이즈의 확산 등의 사회병리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애자들을 손가락질하고 괴롭히는 것은 반대하지만, 건전한 대다수의 국민을 위해서 건전한 성 윤리에 기초한 권리와 행위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성결혼 찬성 입장 "시대적 흐름" "인권보장의 차원"

동성결혼의 법제화를 찬성하는 주장의 근거는 다양했다. 먼저 동성커플도 결혼 제도 안에서 연금이나 가족수당, 사회안전망에서의 보장 등 각종 혜택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국내 결혼제도 관련 법률이 개정된 사례와 최근 외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추세라는 점을 들기도 했다. 또한 동성결혼을 인권 보장의 시각에서 보면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곽이경 동인련 운영위원장은 "최근 들어 동성애를 수용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여론이 양극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찬성, 지지하는 사람과 격렬히 반대하는 사람들로 동성결혼이 정치·사회적으로 쟁점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호주제와 동성동본금혼 등 결혼과 관련한 가족제도 관련 법들도 오랜 기간 여성 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여론이 변하면서 사법부가 판단을 재고하고, 입법기관에서도 폐지나 개선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가람 변호사는 "인권에 대해 찬반 양론을 이루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예전엔 미국에서 흑인과 백인의 결혼이 불법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이는 논리적 성립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제도였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동성결혼 역시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 인권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히려 국가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소수자 인권 보호에 나서서 직접 국민을 설득하고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올바른 과학적 정보를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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