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률 발표가 있기 전, 필자는 8명의 전문대, 대학, 대학원 학생들의 취업 멘토링을 한 일이 있다. 이들은 모두 취업에 실패한 40.7%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좌절은 겪고 있지만 후반기 취업에 강한 열망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별, 학력, 대학, 전공, 성격 모두가 다른 8명의 목표가 같았다. 국내 30대 대기업 취업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열심히 일해서 높은 성과급을 받고 싶다면 전문대 출신 2억원 연봉자가 있는 타이어전문판매회사 T도 있다. 45년간 단 한 차례도 커피분야 1등을 놓친 적인 없는 매출 1조원, 직원 수 1000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회사 핵심가치인 신뢰, 열정, 창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도전할 수 있는 D사도 있다. 현재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회사로, 대한민국 국민 십중팔구는 자기 회사의 의류나 신발을 이용하게 할 것이라는 꿈을 가진 C기업도 있다.
취업을 열망하는 청년들에게 30대 대기업은 선망의 대상이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은 현재보다 미래에 관심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래가 기대되는 회사는 30대 대기업만이 아니다. 지금은 덜 알려져 있지만 높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훌륭한 기업문화를 만들고, 다가오는 미래에 10배, 100배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좋은 기업은 너무나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런 기업이 가장 필요한 하는 것이 미래를 이끌 좋은 인재들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기업에도 문제는 있다. 대기업과 똑 같은 기준과 방식으로 직원을 뽑고 있었다. 대기업과 같이 대학 이름과 성적을 보고 뽑으려고 하니 뽑고 싶은 인재는 대기업에 뺏길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회사에 맞는 인재는 다른 곳에도 있다.
대기업과 차별화된, 사회에 주는 가치, 가슴 설레는 꿈과 미래상, 신뢰와 배려가 넘치는 조직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기업과는 다른 채용 기준과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10명 중 4명이 백수라는 현실은 심각하다. 일하고 싶은 청년들, 좋은 청년을 뽑고 싶은 기업이 각자의 강점과 필요성을 잘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꿈꾼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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