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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차범근마저 홀린 유망주, 이상협

최종수정 2013.08.09 15:29 기사입력 2013.08.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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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FC서울) "이제 미친 왼발은 그만!" [사진=정재훈 기자]

이상협(FC서울) "이제 미친 왼발은 그만!" [사진=정재훈 기자]


[구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축구선수 이상협. '미친 왼발'이란 별명의 상주 공격수를 떠올렸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인터뷰의 주인은 FC서울의 신인 미드필더 이상협이다.

동명이인에게 비교는 숙명이다. 특히 앞선 이의 썩 괜찮은 발자국은 뒤 따르는 이에게 부담이다. 적어도 '미친 왼발' 이상협은 팀을 떠난 2009년 이후로도 서울 팬들에겐 흐뭇한 기억이다. 주요 고비 때마다, 그것도 사각(死角) 지대에서 호쾌한 왼발 슈팅을 때렸다. 다소 과격하면서도 애정 넘치는 별명을 얻은 건 그 때문이었다.

신예 이상협은 그 이상을 꿈꾼다. 아직 채울 여백이 더 많은 그릇이지만, 그렇기에 더 큰 가능성을 담고 있다. 그 흔한 청소년대표 경력 하나 없지만, 최용수 FC서울 감독부터 차범근 SBS해설위원까지 모두가 잠재력을 주목한다. 포부도 남다르다. 이젠 '이상협'하면 자신을 떠오르게 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나아가 원클럽맨으로서 레전드로 남겠단 각오도 덧붙였다. 유망주란 칭호가 아깝지 않은 호기다.

이상협은 차범근 SBS해설위원이 주목한 유망주로도 알려졌다. [사진=정재훈 기자]

이상협은 차범근 SBS해설위원이 주목한 유망주로도 알려졌다. [사진=정재훈 기자]


▲ '서울이 나를 뽑았다고? 왜?'

반갑다. 올해 신인인데 이름이 낯설지 않다. 예전 서울에서 뛰었던 '미친 왼발' 이상협 때문이다.
하하. 운동하는 사람들 중엔 없지만, 팬들 중엔 아직도 헷갈리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내가 입단한 뒤 제일 많이들은 얘기가 '그 미친 왼발이 다시 돌아온 거냐'였다. (웃음)
사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인터뷰를 추천했다. 우리 팀의 보배가 될 선수라고. 그래서 질문지를 준비했는데...솔직히 좀 힘들었다. 아직 신인이기도 하지만, 용인FC(백암중-백암고)에 고려대까지 나왔는데 알려진 게 없어도 너무 없었다. 심지어 청소년대표팀 경력도 없고. 이게 어떻게 된 건가.
대표팀에는 딱 한번 가봤다. 2007년 17세 이하 대표팀에 테스트 삼아 뽑혔던 게 전부다. 물론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많았던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어렸을 때부터 체격이 왜소했다. 또 주변에선 내 플레이 스타일이 한두 경기에 확 이목을 끄는 편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런 얘길 처음 들었을 땐 '난 나름 열심히 뛰고 있는데 왜 그러지'라며 속상하기도 했다.

요즘은 보통 고교 졸업 직후 혹은 대학 중퇴 후 프로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학 졸업장까지 받았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중·고등학교와는 운동하는 환경이나 문화도 다르고, 숫기도 없어서 적응을 잘 못했다. 또 대학 축구는 피지컬적인 부분이 강조되고, 템포도 달라 저학년때는 경기조차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전하기 보다는 준비 과정을 잘 거쳐 프로에 오고 싶었다. 솔직히 그나마 고학년 때도 경기엔 많이 뛰었지만 특출나게 잘 한 건 아니어서... 프로에 갈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랬다면 신인 드래프트 당일 엄청 불안했겠다.
긴장하거나 불안하진 않았다. 여유가 있었단 뜻은 아니다. 다만 대학 때 특별히 보여준 게 없다보니, 그저 어디든 뽑혔으면 좋겠다는 심정뿐이었다. 그런 거에 비하면 조금 이름이 빨리 불린 편(3라운드 5순위)이다. 사실 그 때 자고 있어서 지명 소식을 뒤늦게 알았다.

잤다고? 너무 긴장 안한 거 아닌가?
아니다(웃음). 사실 그 전날 선배들이 날 불러내 걱정하지 말하며 술 한잔 사줬다. 내가 술을 잘 못 마신다. 괜찮다 싶으면서도 속으론 긴장을 많이 했는지, 주량을 넘겨 술을 마셔 버렸고 그 때문에 늦잠을 잔거다. 일어나 보니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엄청 와 있더라. 그래서 알았다.

뽑히기만 해도 만족이었는데, 그것도 디펜딩 챔피언팀에 오게 됐다.
서울은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팀이고, 워낙 엄청난 선수가 많아 뽑힐 거란 기대를 못했다. 듣자마자 멍했다. '서울이 나를?' 믿겨지지 않았다. 그 때부터 긴장이 엄청나게 되더라. 서울에 있는 선수들 얼굴이 막 떠오르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됐다. 조금 전력이 약한 팀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는 것도 괜찮았을 텐데 싶었고.

실제로 와보니 어떻던가.
잘못된 생각이었다. 당연히 여기 와야 하는 거였다. 시작부터 서울에 오게 된 건 축복이었다. 물론 누구나 경기장에서 뛰고 싶다. 하지만 형들이 나보다 더 월등하니까 선발로 나가는 거고, 심지어 시·도민구단에서 주전으로 뛰는 내 동기들도 나보다 더 나은 선수니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벤치를 지키는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배우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 이상협을 본 차범근 "쟤 누구야?"

생각보다 그 기회가 일찍 왔다. 5월 부리람(태국)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그 때 기억이 나나.
처음 감독님께 선발이란 얘기를 들었을 땐 놀랐다. 나보다 더 능력 있는 형들이 많이 있는데도 기회를 주신 거니까. 그렇다고 긴장되진 않았다. 경기 시작 전 몸 풀 때까지도 딱히... 그런데 주심이 경기 시작 휘슬을 부는 그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공 뺏기지만 말자'란 생각으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정규리그 데뷔전이었던 7월 성남 일화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가 끝난 뒤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서있기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있었다. 차범근 SBS해설위원이 부리람전을 보던 중 이상협을 가리키며 '쟤가 누구야'라고 놀랐고, 집에 돌아가 차두리에게 물어봤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놀랐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으려는데 휴대폰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오는 거다. 근데 하나 같이 전부 인터넷 링크 주소였고, 그게 그 기사였다. 읽는데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웃음). 축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 받아 보는 엄청난 관심이었다. 덕분에 그 이후로 팬들도 많이 늘었다(웃음).

최용수 서울 감독도 김정우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마 말라서 그런 게 아닐까?(웃음) 과찬이다. 물론 김정우 선배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도 하고.

▲ '또 다른 이상협'이 아닌, 서울의 '레전드'로 남고 싶다.
이상협은 '고대 앙리' 박희성과 더불어 고려대 출신 FC서울 유망주다. [사진=정재훈 기자]

이상협은 '고대 앙리' 박희성과 더불어 고려대 출신 FC서울 유망주다. [사진=정재훈 기자]


좋아하는 선수나 롤 모델이 있나?
지금은 특별히 없지만, 중학교 시절 공격수를 잠시 볼 때는 티에리 앙리를 정말 좋아했다.

앙리랑은 대학교 때 같이 뛰어보지 않았나. '고대 앙리'(박희성) 말이다.
하하. 희성이는 대학 들어올 때부터 주목받았던 공격수였다. 옆에서 보면서 많이 부러웠다. 대표팀에 뽑히고 TV에 나오면 그렇게 신기하더라. 주변 사람들한테 '쟤 네 친구다'라고 자랑하고 다녔다. 사실 1·2학년 때는 지금만큼 친하진 않았다. 성격이 조금 달랐다. 여가 시간만 해도 난 게임하는 걸 좋아했고, 희성이는 방에 틀어박혀 축구 동영상만 찾아봤다. 그런데 3학년 올라오면서 어느 순간부터 가까워졌다. 드래프트 당일 날에도 서로 전화해 축하해줬고, 또 함께 서울로 오게 돼 의지가 많이 됐다. 지금도 경기를 치르고 나면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

그러고 보니 최 감독은 연세대 출신인데 신인은 고려대에서 많이 뽑았다.
감독님이 가끔 그걸로 장난을 치신다. 연고전이냐 고연전이냐. 너 학교 다닐 때 정기전 성적은 어땠느냐라고. (Q:어땠나?) 나는 네 번 다 이겼다. 그렇게 말씀드리니 감독님도 '쓰읍-'하며 그냥 돌아서시더라(웃음).

서울에 입단한 뒤 누가 제일 인상 깊었나.
전부다. 서울은 패스 템포가 빠른 팀이라 더 세밀하고 집중력 있게 뛰어야 하는데, 반대로 편한 점도 있다. 정말 잘하는 형들이 많아서 내가 조금 잘못 줬다 싶은 패스도 잘 준 것처럼 받아준다(웃음). 첫 선발로 나섰을 때도 다들 잘한 건 칭찬해 주고, 실수에는 격려해주며 힘을 많이 줬다. 사실 지금도 신기하다. TV에서만 보던 스타가 내 얼굴을 보며 말을 걸어주니까. 어떨 땐 형들 앞에서 입만 벌리고 서있다(웃음).

'아, 이게 진짜 프로구나'라고 싶었던 게 있었다면.
일단 자기 관리가 대단하다. 대학 때는 어디가 조금 아프더라도 '쉬면 괜찮겠지'하고 마는데, 여기선 바로 치료실부터 찾는다. 부족한 점을 느끼면 무조건 보충 훈련을 한다. 경기 내적으로는 체격적인 면에서 한계를 많이 느낀다. 대학 시절이면 '내 공이다' 싶을 상황에서도 여지없이 반 박자 빨리 상대가 들어오니 처음엔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웨이트 트레이닝 많이 해야 겠다.
어렸을 때부터 '넌 웨이트 트레이닝만 해라' '제발 몸만 좀 불려라'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게 잔소리를 많이 들으면서도 늘 한귀로 흘렸다. 이제 와서 후회가 된다. 미리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처음 (차)두리형을 보고는 '우와'했다. 그래서 요즘엔 나름대로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 (고)요한이형도 부럽다. 나랑 키는 비슷한데 어깨가 딱 벌어졌다. (웃음).

'오늘부터 불꽃 웨이트!' [사진=정재훈 기자]

'오늘부터 불꽃 웨이트!' [사진=정재훈 기자]


듣다보니 프로 입단 후 생각의 변화가 컸던 것 같다.
예전엔 누가 내게 '열심히 좀 해라' 얘길 하면 속으로 '난 한다고 했는데 더 이상 어쩌란 말이지'라고 생각했다. 우유부단한 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밖에서 보는 사람들이 더 정확하다고 여긴다. 아직은 내가 앞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그렇다면 뒤에서 묵묵히 배우고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기회가 왔을 때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선수가 될 뿐이니까.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인터뷰 처음에도 잠깐 얘기했지만, 서울 입단한 뒤 '미친 왼발' 이상협 선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이젠 '이상협'하면 사람들이 나를 먼저 떠올렸으면 한다. 나아가 공을 잡으면 뭔가 나올 것 같은, 그런 기대감을 품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성장해 감독님처럼 서울의 '레전드'라 불릴만한 원클럽맨이 되길 꿈꾼다. 언젠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와 관련해 최용수 감독은 앞으로 어떻게 하라고 당부하던가.
웨이트 트레이닝 하라고 하신다(웃음). 또 가운데서 볼을 받아 공격진에 잘 배급하고, 수비할 땐 조금 더 다부지게 하라고.

감독님 출퇴근 시간 맞춰 눈에 잘 띄게 웨이트 트레이닝 좀 해라.
아, 그거 좋은 생각이다(웃음).

전성호 기자 spree8@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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